밥상을 점령한 GMO 식품과의 전쟁
잘나고 예쁜 사람들을 보면 흔히 '유전자가 좋다'고 말한다. 신의 한 수로 모델같이 쭉 뻗은 다리만 가져다 붙였으면 하는 바람도 생긴다. 그런데 식품에서는 이것이 가능하단다. 우수한 유전자들을 재조합한 '유전자변형생물체(GMO)'는 농수산물로 재배되고 가공식품의 원료가 되면서 우리 식탁을 지배한 지 이미 오래다.
성형미인보다 얼굴에 주삿바늘 한 번 찔러본 적 없는 자연미인 찾기가 더 힘든 시대. 비단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입 속으로 둘어가는 음식들도 '순수'식재료를 찾기 힘들어졌다. 먼저 마트에서 우리를 유혹하는 때깔 좋은 가공식품부터 라벨을 들춰보자.
가장 많이 들어있는 원료는 콩과 옥수수다. 가공식품에 사용되는 콩과 옥수수는 대부분 미국 등지에서 수입되는데, 알고 보면 모두 유전자재조합으로 만들어진 GMO원료다.
보통 GMO농산물은 정부의 안정성 평가를 거쳐야만 식품으로 사용될 수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콩, 옥수수, 면화, 카놀라, 사탕무 등 66품목(2011년 기준)이 GMO 식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FDA의 최종 승인을 받지 않고 재배된 유전자변형 밀이 미국 오리건 주에서 발견되어 국내에서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다행이 국내 수입된 밀가루에서는 문제의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덕분에(?) 유전자변형작물에 대한 관심이 더욱 치솟게 된 것만은 사실. 그렇다면 GMO식품의 안정성은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경희대 식품공학과 김해영 교수는 각 품종에 삼입된 유전자에 따라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선별적 승인을 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승인한 GMO식품은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1998년 유럽에서 진행한 실험에서 GMO감자를 먹인 쥐들이 보통 쥐들보다 면역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두뇌 발달도 더디면서 내장 질환과 암발생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보고는 지금까지도 GMO 식품을 반대하는 이들의 주요 근거가 되고 있다.
이처럼 유럽에서는 끊임없이 GMO식품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해온 끝에 정부에서 모든 식품에 GMO표시를 의무화하고 있는 설정. 꽃가루가 날렸거나 운반, 유통 과정에서 GMO 농산물이 일반 농산물과 섞였을 때(비의도적 혼입)도 0.9%까지만 허용 기준으로 잡는 등 아주 엄격하다(일본 5%, 우리나라 3%).
반면 국내에서는 GMO원료가 식품 원료 함량의 5순위 이내에 들지 않으면 표시하지 않아도 되다는 규정 때문에 사실상 시판되는 가공 식품에서 '유전자변형원료포함'이라는 문구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심지어 GMO 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했더라도 간장이나 식용유, 당류, 주류, 식품첨가물의 경우 GMO 표시 대상에서 제외된다. 제조과정에서 GMO 유전자가 모두 제거된다고 보기 때문.
그리고 GMO 콩이 원료가 되는 장류도 수입산 대두를 사용하면서 '재래식', '옛날식'이라는 문구를 쓰고 성분은 수입산 대두라고만 작게 표시한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GMO 식품을 수입하는 대기업에게 관용적인 표시제라 비난을 쏟아내기도 한다.
사실 안전성을 떠나 소비자들이 GMO 식품을 알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유명무실한 GMO 표시제도가 변하지 않는 한 울며 겨자 먹기로 GMO 식품을 계속 먹거나 2배 가까운 웃돈을 주고 '진짜' 국내산 먹거리를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다녀야 할 판. 이러다가 건강한 밥 한끼 먹기가 해외 맛집 찾아가는 것보다 힘들어지는 시대가 올지도 모를 일이다.
레몬트리 독자들이 물어온 GMO식품 Q & A
GMO 식품은 왜 만드나요?
농산물을 자연적으로 교배시켜 새로운 품종을 만드는 자연적 품종개량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성공 확률이 낮습니다. 또 국제적으로 인구 증가와 경지면적의 감소, 식품의 기능성 강화, 환경문제 등의 대안으로 GMO를 개발하게 되었고, 이를 상품화해서 판매하고 있는 것이지요.
GMO는 식품으로만 사용되나요?
식품 외에도 가축 사료, 의약품, 오염 정화 기술 등에 활용됩니다. 예를 들어 GMO 옥수수는 식품과 사료로 사용되고, 포도당으로 주사제나 자동차 연료로 사용되는 에탄올을 만들기도 합니다. 또 GMO 미생물로 질병 치료 백신, 호르몬이 만들어지지요.
우리가 흔히 먹고 있는 GMO 식품은 어떤 것이 있나요?
우리나라의 콩과 옥수수 자급률이 5% 내외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 작물이 원료가 되는 간장 등의 장류, 조미료, 두유와 두부, 아이스크림, 과자, 빵 등은 이미 광범위하게 판매되고 있다고 볼 수 있지요. 이 밖에도 우리나라에서 안전성 심사를 거쳐 승인된 수입산 카놀라, 알파파, 사탕무 등이 원료가 되는 가공식품들이 모두 해당됩니다.
기획_유미정 사진_레몬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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