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최인호

유고 詩 남기고 떠난 날.. 하늘도 울었다

아기 달맞이 2013. 9. 30. 08:57

故 최인호 장례미사 열려… '30년 지기' 안성기씨가 시 낭송

 

 

"이 세상 떠난 형제 받아 주소서~. 먼 길 떠난 형제 받아 주소서."

가톨릭 성가 '이 세상 떠난 형제'와 함께 고인의 영정(影幀)이 제대 앞으로 옮겨졌다. 병상에서 마지막으로 남겼다는 유고 시를 배우 안성기(61)씨가 낭송할 때는 훌쩍임이 메아리로 이어졌다.

고(故)최인호(1945~2013)의 장례 미사가 28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렸다.

장례미사는 정진석 추기경이 집전했다. 추기경은 작가가 세상을 떠나기 이틀 전인 23일 병실로 찾아가 마지막 병자성사(病者聖事)를 집전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죽음에 임박한 신자가 받는 의식이다. 추기경은 "선생이 병자성사를 마치고 활짝 웃으면서 하신 말씀은 '감사합니다'였다"면서 "'감사합니다'는 반대로 우리가 선생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라고 했다. 그리고 "선생의 글은 몸과 마음이 아픈 이들에게 휴식이었고 힘이었고 감동이었다"고 추모했다.

영성체 의식 후 조사(弔辭)가 이어졌다. '고래사냥'(1984) 이래 30년을 형·동생으로 지내온 영화배우 안성기씨가 맡았다. 그는 양복 상의에 반바지를 입고 거기에 운동모자를 쓰고 자신에게 찾아왔던 투병 중의 작가를 떠올렸다. 안씨는 "조금은 이상한 행색의 형님에게서 놀랍게도 저는 한 소년의 모습을 보았다"면서 "얼굴의 주름은 깊어지고, 그 단단하던 몸은 앙상하게 말랐지만, 천진난만한 미소는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고 추억했다. 그리고 "인호 형님이 너무 서둘러 저희 곁을 떠나신 것이 조금은 원망스럽지만, 함께 살아온 날들이 참으로 행복하고 감사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인이 남긴 유고 시를 낭송했다. '먼지가 일어난다/ 살아난다// 당신은 나의 먼지// 먼지가 일어난다/ 살아야 하겠다// 나는 생명, 출렁인다.'

장례미사 후 고별식이 있었다. 시신을 교회 밖으로 운구하기 전, 고인의 죄를 고하고 사함을 구하는 예식이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의 주례로 성수와 분향이 이어졌다. 고인의 영정 뒤로 딸 다혜, 아들 도단(성재)과 가족들이 따랐고, 시인 김형영, 연출가 윤호진, 가수 김수철, 영화감독 이명세, 김연수·한강 등 후배 작가와 독자·친지 600여명이 지켜봤다.

울음은 크지 않았다. 28일 서울에는 온종일 비가 흩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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