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최인호

"최 베드로의 글은 몸과 마음이 아픈 이들에게 깊은 감동 이었습니다

아기 달맞이 2013. 9. 29. 07:29

전문]정진석 추기경 故최인호 작가 추모미사 강론

【서울=뉴시스】정리/안호균 기자 = <정진석 추기경, 최인호(세례명 베드로) 작가 추모미사 강론>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우리는 지난 수요일 우리 곁을 떠나 하느님 품안에 드신 우리가 사랑하는 최인호 베드로 선생을 추모하는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먼저 최인호 베드로 선생을 통해 보여주신 하느님의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최인호(베드로) 작가님의 선종에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거칠고 험한 삶 속에서도 위로와 희망을 건네시던 선생님을 이제는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생각에 슬픔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최인호 베드로 작가는 삶을 통찰하는 혜안과 인간을 향한 애정이 녹아있는 글을 쓰시면서 많은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으셨던 이 시대 최고의 작가셨습니다.

또한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서 암 투병 중에도 서울대교구 '서울주보'에 옥고를 연재하시며 신앙인들에게 당신의 묵상을 조금이라도 더 나누고자 노력하셨습니다.

선생의 글은 몸과 마음이 아픈 이들에게 휴식이었고 힘이었고 깊은 감동이었습니다.

이제 지상에서의 삶을 마친 최 베드로 작가님께서 육신의 고통에서 벗어나 평소 늘 바라고 기도하신대로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길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고인의 선종에 애도를 표해주시고 장례를 위해 수고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최인호 선생의 선종은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고 가셨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말이나 아니라 당신의 몸과 마음 전체로 가르침을 보여주셨습니다. 특히 암투병을 통해 신앙을 증거하셨습니다.

지난 월요일 나는 병실을 찾아가 선생에게 마지막 병자성사를 주었습니다. 선생은 병자성사를 마치고 활짝 웃으면서 무언가 이야기하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그때 비로소 하신 말은 "감사합니다" 였습니다. 나는 그분의 평생의 사람에 대한 응답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반대로 우리가 최인호 선생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특별히 선생은 암투병중에 아픈이들에게 희망을 주려고 애를 쓰셨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사랑의 고귀한 정신을 일깨워주셨습니다.

지난 2006년도 2월말에 제가 추기경이 된 후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최인호 선생을 만났습니다. 우리는 인터뷰 중 성경구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주님께서 부활하신 후 나타나 베드로에게 세 번이나 물었던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는 질문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이 베드로에게 주님이 하신 질문은 제가 1961년 처음 사제로서 서품 받을 때 상본(像本)에 적혀 있던 문구이기도 합니다."

그러자 그분은 나에게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그렇다면 묻겠습니다. 추기경님께서는 주님을 사랑하십니까?"

그때 나는 이렇게 대답한 것 같습니다. "감히 제가 주님을 사랑한다고 대답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다만 베드로의 대답을 빌려 다음과 같이 말할 뿐입니다. '아이고 주님, 제가 주님을 사랑한다는 것을 모르실 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둘 다 활짝 웃었습니다.

이 말을 나는 최인호 선생에게 마지막으로 이야기했습니다. "선생을 하느님이 사랑하십니다. 선생이 그것을 모를리 없습니다."

그러자 최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습니다. 그 미소가 마치 어린아이 같았습니다.

우리는 최인호 선생님이 떠난 자리를 보며 허전함과 아쉬움이 크지만 우리가 슬픔에만 빠져있어서는 안됩니다.

그것은 최인호 선생이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선생을 본받아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달란트를 통해 사랑과 봉사하기를 원하실 것입니다.

마치 예수님이 부활하시고 승천하신 후 제자들에게 나타난 천사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갈릴래아 사람들아, 왜 하늘을 쳐다보며 서 있느냐? 너희를 떠나 승천하신 저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올라가신 모습 그대로 다시 오실 것이다." (사도행전 1,11)

그렇습니다. 이제는 우리도 사랑의 마음으로 눈을 떠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어떠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사랑하고 그리고 이웃을 진정으로 사랑해야 합니다.

이 사랑은 마치 그리스도께서 죽음을 통해 실현했던 사랑입니다.

그리스도의 이 사랑을 통해 우리인간은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죽어 떠나도 사랑과 선행만이 남게 됩니다.

우리는 영원히 우리를 사랑했던 최인호 베드로 선생을 마음속에 기억할 것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나라에서 우리는 언젠가 영광스럽게 시 만날 것입니다.

다시한번 최인호 베드로 선생처럼 훌륭한 분을 우리에게 보내주셨던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최 선생님이 서울주보에 쓰셨던 글을 읽으면서 강론을 마치겠습니다.

"우리들이 이 순간 행복하게 웃고 있는 것은 이 세상 어딘가에서 까닭 없이 울고 있는 사람의 눈물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세상 어딘가에서 울부짖고 있는 사람과 주리고 목마른 사람과 아픈 사람과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주님! 세상을 떠난 최 베드로에게 천국 문을 열어주시어 영원한 생명으로 받아주소서. 아멘

<끝>

ah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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