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령산 숲 속에 가을을 맞이하는 도열식이 열렸다. 늠름한 잣나무들이 줄지어 곧추섰다. 길고 촘촘한 잎을 체 삼아 곱게 거른 햇살이 반짝이는 종이 꽃가루처럼 머리 위로 쏟아졌다. 여름과 가을의 틈새에서 그 길을 따라 청순한 숲으로 스며들었다. 아웃도어 브랜드 페리노 직원들이 동행했다.
◇산림청이 인정한 치유의 숲 '축령백림'= 경기도 남양주와 가평 경계에 있는 축령산(879.5m) 동쪽 사면에는 가평8경 중 하나인 '축령백림'이 자리한다. 수령이 80년에 달하는 잣나무가 150㏊ 면적에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나무들의 키가 평균 20m로 잣나무 열매가 달리는 꼭대기를 쳐다보려면 고개를 한껏 젖혀야 할 정도다. 산림청에서 2010년 '치유의 숲'으로 선정한 이 곳에 호젓하게 걷기 좋은 임도가 있다. 백련사에서 시작해 원점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10㎞ 남짓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초반에는 백련사 옆 포장된 임도를 따라 그늘 없는 오르막이 이어진다. 땀을 한 번 훔칠 때쯤 차량 진입을 막는 차단기를 지나고 곧 길 양옆으로 아름드리 잣나무가 그늘을 드리운 흙길이 펼쳐진다. 고요한 숲은 한껏 푸르고 속살을 드러낸 임도는 하얗다. 산허리를 구불구불 에두르는 탓에 뭉툭한 곡선을 그리는 길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절로 '안구정화'가 되는 풍경이다.
◇10월 산림치유시설 '잣향기푸른교실' 개장= 길 곳곳에 통나무를 잘라 서너 개 나란히 놓아둔 간이 쉼터는 그냥 지나치기 아쉽다. 힘들지도 않은데 한 번씩 엉덩이를 붙이게 되는 질박한 멋이 있다. 서늘한 바람 한 줄기에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이달부터 잣나무가 무거워진 잣송이를 바닥에 떨어뜨리곤 하는데 숲에 깃든 생명을 위해 모른 척 할 일이다.
오는 10월에 개장하는 산림치유시설 '잣향기푸른교실' 일대는 이 코스의 백미다. 시설물 뒤 하늘 한 점 보기 어려울 정도로 빽빽한 잣나무 숲에 산책 데크가 놓여 있다. 길을 따라 걷든 앉아서 쉬든 숲의 영험한 의술을 체험할 수 있다. 이곳에서 임도를 따라 내처 걸으면 다시 백련사에 닿는데 힘이 부친다 싶으면 왔던 길을 되짚어 돌아가면 된다.
김 난 쿠키뉴스 기자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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