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첫차 / 나태주

아기 달맞이 2013. 1. 11. 07:38

      첫차 나태주 낯선 고장 낯선 여관방에서 하룻밤 묵고 일어나 깨끗한 이부자리에게 감사하고 밤새도록 선잠 든 얼굴 비춰준 전등불에게 감사하고 푸석한 얼굴 씻어줄 맑은 수돗물에게도 마저 감사한다
      이 새벽아침에도 따끈한 국물 파는 밥집이 열려 있었구나 밥을 먹으면서도 감사하고 깍두기를 씹으면서도 감사한다 지금껏 내가 사랑한 것은 오로지 나 자신 아니었던가
      새삼스럽지 않은 깨달음에도 짐짓 소스라치게 진저리치며 어둠을 뚫고 가는 자동차에게 감사하고 운전기사에게도 감사해야지
      나 오늘도 나 자신을 더욱 사랑하기 위해 나 자신을 찾기 위해 첫차로 떠난다 세상 속으로 서둘러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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