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요리시간

치매에 좋은 `감자` 이용한 요리 레시피

아기 달맞이 2012. 8. 14. 07:46

감자’ 하면 강원도 사투리가 제일 먼저 떠오르고, 그다음으로 따뜻하고 포근하고 순박한 느낌이 든다. 아마도 볼품없는 생김새와 개성 없는 담백한 맛 때문일 것이다. 주변에 있는 재료로 뚝딱 요리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나는 감자의 유무부터 살피곤 한다. 그만큼 감자를 이용한 요리는 무궁무진하다.


해시 포테이토
재료
_감자, 베이컨, 파슬리 가루, 아스파라거스, 식용유
만들기 1_아스파라거스를 끓는 물에 소금과 함께 넣어 익힌다. 2_감자를 설익도록 찐다. 3_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2의 겉면이 바삭해지도록 구운 뒤 파슬리 가루를 고루 뿌린다. 4_베이컨을 가늘게 채 썰어 팬에 볶는다. 5_접시에 1과 3, 4를 담아낸다.



감자전
재료
_감자, 애호박, 소금, 식용유
만들기 1_애호박을 가늘게 채 썬다. 2_감자를 강판에 갈아 소금으로 간한다. 3_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어느 정도 달궈지면 2를 한 국자 떠서 올린다. 4_3의 가운데에 1의 호박을 올린다. 5_적당히 익으면 뒤집어서 한 번 더 익힌다.



감자 샐러드(위)
재료
_감자, 마요네즈, 양파, 오이, 달걀, 후춧가루, 소금
만들기 1_감자를 푹 삶는다. 2_양파와 오이를 가늘게 채 썰어 소금에 절였다가 씻은 뒤 물기를 꼭 짠다. 3_달걀을 삶아 흰자만 잘게 다진다. 4_볼에 1의 감자를 넣고 숟가락으로 살살 부신 뒤 2, 3과 마요네즈를 넣고 섞는다. 5_소금과 후춧가루로 간을 한다.

감자 스튜(아래)
재료
_쇠고기, 양파, 당근, 감자, 셀러리, 피망, 양송이버섯, 소금, 후춧가루, 허브나 월계수 잎, 식용유
만들기 1_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한입 크기로 큼직하게 썬 쇠고기를 볶는다. 2_1에 양파와 당근, 감자를 큼직하게 썰어 넣고 볶다가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을 한다. 3_냄비에 2와 함께 10배 분량의 물, 허브나 월계수 잎을 넣은 뒤 중간 불에서 대여섯 시간 끓인다. 4_3에 셀러리와 피망을 넣고 다섯 시간 정도 더 끓인다. 5_4에 양송이를 넣고 익을 때까지 한 번 더 끓인다.



예전에 치매예방센터에서 봉사를 한 적이 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최근 치매 환자의 가족을 위한 요리 강습까지 제안받았다.

처음에는 푸드 스타일리스트도 아닌 내가 단지 요리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어찌 수업을 할 수 있을까 싶어 고민하다 어차피 내가 하는 요리는 복잡한 것도 아니고, 그분들 역시 나보다 더 오래 사신 분들인데 나에게 새로운 요리법을 들으러 오는 것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어른들께 어떤 식재료가 치매에 좋은지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는 것 정도가 내 임무이겠거니 싶어 그분들을 지난달 나의 스튜디오로 모셨다.

식품공학과 교수에게 건네받은 치매에 좋다는 재료들을 가지고 식단을 짰는데, 사실 그렇다 하더라도 별다른 메뉴는 없었다. 콩과 검은깨를 함께 갈아 만든 두유를 애피타이저로 내고, 해조류 비빔밥과 부추 무침, 감자전 등으로 상을 차린 뒤 디저트로 홍차와 견과류를 대접했다.

그것뿐이었는데도 좋아하시는 그분들의 모습을 보니 덩달아 내 마음까지 뿌듯해졌다. 언제부턴가 나는 요리를 하면서, 혹은 지인들과 함께 그 요리를 먹으면서 음식에만 존재하는 치유의 힘을 믿게 되었다. 살기 위해 먹어야만 하는 생존의 한 수단임이 분명하지만 한편으로는 다친 마음을 어루만지고 위로해주는 데 음식만 한 것이 그 어디에 있을까.

이달의 주제는 앞서 말한 치매에 좋은 재료들 가운데 하나인 감자다. ‘감자’ 하면 강원도 사투리가 제일 먼저 떠오르고, 그다음으로 따뜻하고 포근하고 순박한 느낌이 든다. 아마도 볼품없는 생김새와 개성 없는 담백한 맛 때문일 것이다. 주변에 있는 재료로 뚝딱 요리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나는 감자의 유무부터 살피곤 한다. 그만큼 감자를 이용한 요리는 무궁무진하다.

감자전은 평소에도 즐겨 먹는 메뉴로 강판에 갈아서 프라이팬에 구워내면 끝이다. 감자를 강판에 갈자마자 바로 부쳐내기 때문에 수분이 많은 상태라 프라이팬 주변에 기름이 튀게 마련인데 바로 그때 신문지를 팬 위에 덮어주면 감자전의 가장자리가 바삭하게 구워져 훨씬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

감자를 설익은 상태로 미리 쪄놨다가 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겉면만 바삭하게 구워내는 해시 포테이토에는 소금 간 대신 구운 베이컨을 곁들이는 편이 훨씬 맛나다(이때만큼은 아무리 햄 종류를 싫어하는 나일지라도 베이컨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또 감자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요리가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스튜다. 외국에 출장 나가면 꼭 해 먹는 요리 중 하나로 대부분 스튜의 메인 재료가 고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나는 감자를 빼놓은 스튜를 상상할 수가 없다.

감자의 담백한 맛이 어우러지지 않으면 스튜는 절대 완성될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지론인데, 이토록 스튜를 즐겨 먹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유럽에서 일을 마치고 근처 시장에 들르면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감자들이 눈앞을 가로막고 있다. 게다가 해 지고 저녁이 되면 특별히 할 일이 없어 다음 날 아침 식사를 미리 만들어놓고는 하는데 그럴 때 가장 편하게 만들 수 있는 게 바로 이 스튜다.

팬에 고기와 채소를 볶다가 그 재료의 열 배가 되는 양의 물을 붓고 12시간 정도 중간 불에 끓여야 완성되는, 시간이 조미료가 되는 이 메뉴는 다음 날 아침 식탁 위에서 하루 종일 일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준다.

단, 스튜에 토마토를 곁들일 때는 느끼할 수 있으니 마늘을 함께 넣어도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마늘을 넣는 실수는 저지르지 말자. 소금과 후춧가루만으로 간해도 충분히 깊은 맛이 우러난다. 감자전부터 스튜까지 국적을 넘나드는 다양한 감자 요리에 대해 열변을 토했지만 사실 그보다 더 맛있는 감자 요리가 있다. 찜통에 찐 뒤 바로 꺼내 후후 불어가며 소금 찍어 먹는 삶은 감자다.

이보다 더 맛있는 간식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