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나는 석창포와 자금우,
이 두 개의 작은 화분을 곁에 두고
눈 속에서 지내고 있다.
초겨울 꽃시장에서 천 원씩을 주고
데리고 온 살아 있는 생물이다.
석창포 분에는 조그만 괴석을 곁들여
수반에 두어야 어울린다.
자금우는 차나무 잎처럼 생긴 그 이파리와
줄기에 매달린 빨간 열매가 아주 잘 어울린다.
이 두 개의 화분이 없다면
겨울철 산방은 춥고 메말랐을 것이다.
밝은 창문 아래 두고 이따금 두런두런 말을 건네고
눈길을 마주하다 보면 우리는 남이 아닌 한 식구가 된다.
이 애들이 내 겨울을 향기롭게 받쳐주고 있다.
며칠 전 받은 뒤늦은 편지에
스님은 요즘 행복하냐고 불쑥 물어온 사연이 있었다.
이 물음을 받고 나는 세삼스레 행복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한다.
우리는 마땅히 행복해야 한다.
우리가 잘 사느냐, 못 사느냐 하는 기준도
행복 여하에 달린 거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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