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대안리 고분군에서...삼국시대 사회적 지위나 신분이 높았던 지배층의 무덤)
이때쯤 되면 특별히 꽃이 아름답다기 보다는,
짙어 가는 나무에 넋을 놓기보다는,
이제 산두렁 논두렁에, 길가에, 삐죽히 고개 내민 풀들이 갈길을 멈추게 합니다.
어제는 나주에 사시는 큰이모집에 오빠와 큰언니와 놀러갔다가 돌아나오는 길,
반남 대안리 고분군 앞 들판에서 춤추듯 넘실거리는 삐비풀 군락에 황홀하여
차를 멈춰달라 소리소리 질러 카메라를 찾아 내렸습니다.
작은 오빠와 그 능선을 뛰어들어가 신이나 뛰어다녔습니다.
바람이 어찌나 불던지 시원하여 먹먹한 가슴이 확 풀려가며 후련하였습니다.
작은 오빠가 "막내야, 우도같다.그치?"하는 말에 연방 고개를 주억거리며
"와, 진짜 멋지다. 진짜 이쁘다. 진짜 진짜~~그렇지 오빠?" 하며 둘이 끝없이 감탄하였지요.
정말정말 멋진 곳이었습니다. 센 바람에 저 휘몰아치는 삐비풀 좀 보세요.
풀이라고만 하기엔 애석하여 꽃이라고 불렀습니다.
흰머리 풀고 춤추는 한없이 열정적으로 흔들거리는 삐비꽃풀을 보세요!
감탄이 절로 나온다니까요!
..삐비풀꽃..삐비꽃풀..
아니면 다른 이름이 있는 것인지 저는 잘 모릅니다.
그저 삐비풀이 나이가 좀 드니 솜털같은 흰머리가 나고 그 흰 모습들은 그저 풀이라고 하기엔
내 마음을 너무나도 사로잡는 아름다움이 있기에 그저 꽃..이라고 한 글자를
더 넣어주며 제 애정을 들켜주는 거지요.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일제히 우~~일어서는 양
한 곳을 바라보며 흔들거리는 삐비풀꽃을 보면
자연의 아름다움은 참말로 대단히 황홀합니다.
어릴 적 삐비풀을 따 먹었던 기억이 스멀스멀 나면서 오빠 언니와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지금은 무슨 맛이었는지 기억조차 없지만 산으로, 들로 가면
그 풀들이 세어지기 전에 따서 까먹는 재미는 제법이었던 것 같군요.
유독 무덤 가까운 곳에 특별히 많이 자라던 삐비풀은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하나하나 풀어 헤친 머리카락에 슬픈 한이 담겨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요?
오는 길 외할머니 산소에도 수북한 걸 보니 말이지요.
한많고 서러움 많았던 우리 외할머니의 잔잔한 미소 뒤의 굵은 눈물이 그와 같았을까요?
이제 먹을 것이 두루 갖추어지니 어릴 적 쉽게 먹었던 자연 속의 풀..꽃들이 점점점..영영 멀어만 갑니다.
이제 제게도 삐비풀 벗겨 먹는 것보다는
삐비풀꽃들의 하늘거리는 흔들림을 바라보는 일이 더욱 아름답기만 하니까요.
길을 가다가 바람에 일제히 같은 방향으로
같은 낮춤으로 흔들리는 그 모습에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본 추억은
늘 행복하게, 감사하며 걸어가라고 일러주시는 자연의 선물이었습니다.
(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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