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방

바람소리茶

아기 달맞이 2012. 3. 7. 00:28

소나무에 스친 바람을 우려낸 '바람소리차'

따지고 보면 세상의 모든 마실 거리는 이정애씨가 말하는 대용차의 대상이다. 모든 먹거리나 유사 먹거리는 성분을 물로 우려낼 수만 있다면 원재료의 적절한 가공을 거쳐 차로 변화시켜 마실 수 있으므로 모든 먹거리를 차로 만들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죽순차 버섯차 등은 일반인들에게 생소하지만 그 차향은 가히 독보적이다.

 
▲ 바람소리차. 바람의 색이 녹색이었나.
ⓒ2005 이정애
이정애씨의 책에 '솔바람 차'와 ‘바람소리 차’로 명명되어있는 청량사의 솔잎차는 차 맛도 모르면서 그 이름만으로도 상큼하다.

촉각으로 느껴질 뿐 눈에는 보이지 않는 바람을, 미각으로 느껴질 뿐 눈에 보이진 않는 차 맛으로 바꾸어 마시는 민족, 바람의 느낌을 차로 마시는 민족이 있을까. 바람을 차에 넣어 마신다고 생각한 민족이 우리 말고 또 있을까.

엄격히 얘기하면 솔바람 차, 바람소리 차는 솔잎을 넣었음을 빙자한 바람차(風茶)가 아닐까. 하긴 우리 선조들은 흙도 우려서 차로 마셨으니 바람을 우려서 차로 마시는 일이 희한할 것은 없다.

우리 선조들은 황토를 일상생활에서 애용했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멀리 했었다. 황토의 특별한 효능이 이론과 실제로 입증되면서 황토제품은 고가에 팔리는 건강상품이 됐다. 이 황토를 차로도 마실 수 있다. 샘물에 양질의 심층 황토를 풀고 잘 저어준 후 하룻밤 재우면 황토 입자가 가라앉아 위에 맑은 담황색 물이 뜨는데 이를 '지장수(地奬水)'라 하며 소화불량 등에 마시기도 하는데 매우 귀한 약물로 쓰였다. 그럼 이 지장수야 말로 흙을 우려낸 흙차(황토차)가 아니고 무엇이랴.

우리 머리 속 전통 차의 개념을 한 단계 상승시키는 이정애씨의 책을 보며 한 겨울 추위를 거뜬히 물리칠 따끈한 차 한 잔을 만들어 보려한다. 그의 책이 놓인 책상은 그대로 찻상이 되며 한결 포근할 듯하다.

/곽교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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