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야초

민들레 이야기

아기 달맞이 2012. 2. 20. 01:09


서양민들레는 꽃받침이 뒤로 젖혀져 있다.
 
민들레는 정답고 친근한 민중의 풀이다. 민들레를 한자로 민야화(民野花)로 풀이하는 사람이 있다.
들에 핀 백성의 꽃, 민중의 꽃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우리 겨레의 정서와 가까운 풀이다.
  민들레는 매우 흔하다. 풀밭이거나 논둑이거나 길옆이거나 마당 귀퉁이거나 가리지 않고 뿌리를 내린다. 민들레처럼 생명이 모질고 질긴 식물이 흔하지 않다. 서울 한복판 갈라진 시멘트 계단 사이에서나이나 아스팔트 틈에서도 꽃을 노랗게 피워 봄을 알린다. 더러운 도심 가운데서도 민들레는 벌레한테 먹히는 일도 없고, 병이 드는 일도 없이 먼지와 오물을 잔뜩 뒤집어쓰고도 오히려 건강하다. 짓밟고 잘라내도 어느 틈엔가 일어나 노란 꽃을 방긋이 피워내는 민들레는 어쩌면 서럽고도 모질게 살아온 우리 민초(民草)들을 그렇게도 닳았을까?

 

 

모질고도 질긴 생명력

민들레는 겨울에 잎이 말라 죽어도 뿌리는 살아 있는 여러해살이풀로 그 뿌리가 땅속 아주 깊게 내려간다. 땅속으로 2미터가 넘게 내려가는 것도 있다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땅 위로는 겨우 30센티미터 남짓 자랄 뿐이지만 그 여섯 배, 일곱 배나 긴 뿌리가 땅속에 있다. 민들레의 무서운 생명력은 이 뿌리에 있다.
  뿌리 깊은 식물은 죽일 수가 없다. 민들레 뿌리는 토막토막 잘라도 다시 살아난다. 뿌리를 뽑아버려도 끊어진 한 조각이 흙 속에 남아 있으면 거기서 싹이 나서 다시 자란다. 잔디를 가꾸는 정원사를 가장 애먹이는 풀이 민들레다. 원체 뿌리를 깊숙이 내리고 있어서 완전히 뽑아낼 수도 없고, 잔디 깎는 기계로 밀어서 목을 잘라버려도 이튿날이면 더 많은 꽃을 피워 낸다. 여러 번 잔디 깎는 기계로 밀어버리면 목이 짧아져서 잔디 깎는 기계에 걸리지도 않게 바닥에 바싹 붙어서 꽃이 핀다. 모가지 아닌 몸통에라도 붙어서 기어이 꽃을 피우고야 마는 지독한 잡초의 생리를 지녔다.
  민들레와 싸우다 지친 어느 정원사의 이야기가 있다. 넓고 깨끗하여 늘 자랑으로 여기는 잔디밭에 민들레가 수북하게 자라나기 시작했다. 정원사는 민들레를 없애려고 온갖 방법을 다 써보았으나 결국 없앨 수가 없었다. 그는 마지막 수단으로 원예 전문가한테 편지를 썼다.
  “어떤 방법으로도 민들레를 없앨 수가 없습니다. 좋은 방법을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며칠 뒤에 답장이 왔다.
  “민들레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십시오.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잔디밭에 잡초가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잡초를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 미워하고 없애려 하면 고생만 거듭할 뿐 결코 완전히 없앨 수가 없다. 잡초를 꼭 필요한 것으로 생각하고 사랑해 보라. 그러면 금방 좋은 친구가 될 것이다. 민들레꽃이 듬성듬성 핀 잔디밭은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가!
  민들레는 욕심이 많은 풀이다. 잎은 주걱처럼 생겼고 불규칙적이고 깊게 갈라지는 톱니가 있다. 길이는 20-30센티미터, 폭은 3-7센티미터, 묵은 뿌리에서 68쌍의 잎이 이른 봄 다른 풀이 나기 전에 먼저 나와서 땅바닥에 바싹 붙어서 넓게 퍼진다. 아예 자리를 넓게 잡고 앉아서 다른 풀이 싹트지 못하게 하고 넓은 잎으로 햇볕을 한껏 받을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이 민들레 잎의 구조다.

낮에만 피고 밤엔 지는 꽃

  
민들레꽃은 4-5월에 진한 노랑색으로 핀다. 봄을 알리는 꽃으로 첫 손가락에 꼽을만 하지만 반드시 봄에만 피는 것은 아니다. 서양민들레 같은 것은 3-11윌의 긴 기간 동안 계속해서 피고, 눈보라가 쌩쌩 몰아치는 한겨울에도 날씨만 좀 따뜻해지면 조그맣게 꽃을 피운다.
  잎 사이에서 30센티미터 가량의 꽃대궁이 자라 나와서 끝에 지름 3-4센티미터의 둥근 꽃이 하나씩 핀다. 꽃대궁에는 하얀 털이 덮여 있다가 차차 없어지고 꽃 아래쪽에만 남는다. 꽃대궁은 정확하게 잎의 수만큼 올라와 꽃을 피우는데, 한꺼번에 피지는 않고 얼마간 간격을 두고 차례로 핀다.
  민들레꽃은 낮에만 피고 밤에는 잠을 잔다. 아침 첫 햇살을 받으면서 꽃다발이 천천히 열리고 꽃잎이 벌어져 둥그런 꽃송이가 되었다가, 해지고 어두워지면 꽃잎들을 오므려 꽃송이를 닫아 움츠린다. 철저한 ‘밝음지향성’을 지닌 꽃이다. 밤에만 피는 달맞이꽃이나 박꽃과는 반대되는 성질을 가진 꽃이다. 날마다 똑같이 피었다 오므리기를 반복하다가 날이 흐려 침침하거나 비라도 내리면 꽃이 피지 않는다. 이처럼 낮 태양이 있을 때만 피는 꽃으로는 연꽃?튤립?나팔꽃 등이 있고 나무 중에는 자귀나무가 밤이면 잎을 오므려 마주 포개어 잠을 자고 아침이 되면 잎을 활짝 편다.
  민들레 꽃잎 뒤에는 물을 저장하는 물주머니가 있는데, 햇볕이 없을 때에는 물주머니에 물이 가득 차 있어 꽃잎을 밀어 올리므로 꽃잎이 닫히고, 햇볕이 쬐면 물주머니의 물이 증발하여 꽃잎을 받치는 힘이 약해져서 꽃잎이 활짝 펴진다.
  꽃이 피어 있는 동안 많은 나비와 벌들이 가루받이를 한다. 민들레꽃에는 꿀이 많아 곤충이 많이 달려들고, 벌을 치는 사람들한테 좋은 꿀을 얻게 해준다. 가루받이를 끝낸 꽃은 일단 바닥에 누웠다가 갓털〔冠毛〕이 생기고 씨방이 익으면 다시 꽃대궁은 벌떡 일어나 하얀 꽃씨를 머리에 가득히 단다. 그래서 민들레는 두 번 꽃이 핀다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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