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단풍드는 날 / 도종환

아기 달맞이 2011. 10. 4. 21:28





단풍 드는 날
-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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