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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 그늘아래서면...

아기 달맞이 2011. 9. 22. 10:35





소리내어 말할 수 있는 아픔이라면
그 아픔은
아직 참을만한 것이리.
소리내어 말할 수 있는 그리움이라면
그 그리움은
아직 견딜만한 것이리.

소리내어 말할 수 있는 것들은
몰래 오는 어둠처럼 더 깊어져도 좋으리.
너무 아프면,
너무 그리우면
정녕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것임을.

너무 아프면,
너무 그리우면,
단단한 소금이 돼버린 눈물 한 섬,
가슴에 쌓는 것 밖에
달리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임을.

나, 지금 너무 아파요.
나, 지금 너무 그리워요.
그렇게 말할 수 있을만큼,
그만큼만 그리웠으면.

동굴처럼 텅 비어있는 새벽,
잔잔한 강물처럼 나를 적시는 이름 하나.
그리운 사람아,
아직은 말할 수 있으니
나, 아직은 견딜만한가요.


이은채님의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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