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음식을 먹기 전 자주 사진을 찍는다. 내가 수저를 들려고 하면 곧잘 외치는 말이 "잠깐만"이다. 식당에서 지글지글 고기를 구울 때도, 레스토랑에서 주문한 스파게티가 먹음직스러울 때도 카메라부터 집어든다. 그러곤 이렇게 투덜거린다. "에이, 흔들렸네."
↑ [조선일보]렌즈(100㎜ macro)·감도(ISO 400)·셔터 스피드(1/200sec)·조리개(조리개 f/4.0)
음식 사진을 찍어 웹에 올리는 건 어느덧 문화를 넘어 놀이가 된 것 같다. 올해 초 한 외국 신문에서 이런 현상을 '일단 찍고 그 담에 먹기(First Camera, Then Fork)'란 제목의 기사로 쓴 걸 보고 웃은 적도 있다. 기왕 찍는 음식 사진, 좀 더 폼나게 찍을 순 없을까. 아래 몇 가지 방법만 기억해도 '기본'은 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가장 먼저 해주고 싶은 얘기는 '창가에서 찍으라'는 것이다. 모든 음식은 제각각의 질감과 빛깔을 자랑한다. 가령 국수를 찍을 땐 그 면발의 윤기와 탄력, 김으로 모락모락 올라오는 따뜻한 국물의 온기를 표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 모든 걸 사각형 프레임에 제대로 가둬두려면 양질의 빛이 필요하다. 형광등 불빛에 기대 찍을 수도 있겠지만 이럴 경우엔 음식 자체가 밋밋하게 나올 때가 많다. 창문으로 비스듬하게 스며드는 햇빛은 같은 음식도 한층 탐스럽게 만드는 마법의 빛이다. 음식 사진에 자신이 없다면 일단은 창가 자리부터 고수하자.
두 번째로 하고 싶은 말. '숨을 참고 바짝 찍어라.' 음식 사진을 잘 찍는 또 다른 방법은 음식 그 자체만 간결하게 찍는 것이다. 복잡한 배경까지 찍을 것 없이 음식 그 자체에만 집중하란 뜻. 이를 위해선 음식을 가까이서 바짝 찍어야 하는데 이렇게 찍으면 초점이 쉽게 흔들린다는 단점이 있다. 이때 숨을 참으면 손이 한결 덜 흔들린다.
세 번째. '한 숟갈 크기'로 찍어라. 찌개 사진을 찍을 때도, 스파게티 사진을 찍을 때도 기왕이면 한 숟갈을 떠서 보여주는 게 더 재미있다. 그릇을 통째로 찍다 보면 정작 찍어야 할 부분이 묻힐 때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 동대문시장에 있는 식당에서 찍은 이 생태탕 사진도 이 세 가지 법칙에 기대 찍었다. 후배와 식당에 들어가서 일단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주문한 생태탕이 나오자마자 난 후배에게 속이 꽉 찬 뽀얀 생태 한 토막을 수저로 들어보이라고 했다. 그 보글보글 끓는 국물의 온기와 생태의 부드러운 윤기가 사라지기 직전 접사촬영용 100㎜마크로(macro) 렌즈로 잽싸게 사진을 찍었다.
여기에 마지막 힌트가 숨어 있다. 기왕이면 빨리 찍으라는 것. 그것도 음식이 나오자마자 1분 안에. 왜냐고? 갓 만든 음식이 원래 가장 맛있는 법이니까. 희한하게도 맛없는 음식은 절대 사진에서도 먹음직스럽게 찍히질 않는다. '맛없게 찍힌다'고 투덜대는 아내에게 사실은 그 말을 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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