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음악

비목 /엄정행

아기 달맞이 2011. 6. 25. 04:43

 

 

 

 

 

 



비목(碑木) / 한명희詩 / 장일남曲 / 테너 엄정행


초연이 쓸고간 깊은계곡
깊은계곡 양지녘에
비바람 긴세월로 이름모를
이름모를 비목이여
먼고향 초동친구 두고 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되어 맺혔네

궁노루 산울림 달빛타고
달빛타고 흐르는 밤
홀로 선 적막감에 울어지친
울어지친 비목이여
그 옛날 천진스런 추억은 애달퍼
서러움 알알이 돌이 되어 쌓였네




      ♣1964년 백암산 비무장지대에 배속된 한 초급장교는
      따스한 석양이 빨간 단풍에 물들기 시작한 초가을 오후
      순찰 중에 잡초만 우거진 비무장지대의 양지바른 산모퉁이에서
      이끼 낀 돌무더기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는 팻말처럼 보이는 썩은 나무등걸을 바라보며
      그 돌무더기가 어느 무명용사의 죽음을 기리기 위한
      전우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녹슨 철모와 이끼로 뒤덮인 돌무덤,
      그 옆을 지켜선 새하얀 산목련 속에서
      초급장교는 돌무덤의 주인도 자신과 같은 또래의
      젊은 무명용사였을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화약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그 곳에서 한동안
      자리를 떠날 수 없었습니다.

      "비목"은 그렇게 채 꽃피우지 못하고 산화한
      젊은 무명용사를 기리기 위해 탄생된 헌시입니다.
      이 시에 곡을 부쳐 탄생한 곡이 바로 국민가곡 "비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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