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요리시간

여름별미

아기 달맞이 2011. 5. 24. 10:14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그리고 여름별미

 

“나는 금년 여섯 살 난 처녀애입니다.내 이름은 박옥희고요, 우리 집 식구라고는 어머니와 나, 단 두 식구뿐입니다. 세상에서 둘도 없이 곱게 생긴 우리 어머니는 금년 나이 스물넷인데 과부랍니다. 어머니 손으로는 못 만드는 것이 없지요. 그 중 얼굴만큼이나 고운 음식 솜씨가 으뜸이랍니다.” * 본문 내용은 주요섭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중에서 발췌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왼쪽) 진한 쪽빛 모시 저고리와 안에 입은 연둣빛 생모시 치마, 플라워 문양의 아사 거둠 치마는 모두 김혜순 한복. 잔잔한 꽃무늬 양산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화이트 비딩 핸드백은 앤틱반 제품.

(오른쪽) 네모지게 빚은 여름 만두, 편수
민가에 널리 알려진 여름철 만두로, 밀가루 피를 네모지게 만들어 호박과 숙주로 소를 넣고 각지게 빚는다. 우묵한 청자 접시는 도예가 이은범 씨 작품으로 정소영 식기장에서 판매한다.

재료(4인분) 밀가루 11/2컵(소금 1작은술, 물 5큰술), 쇠고기(우둔)*숙주 150g씩, 마른 표고 3개, 호박 1개, 잣 1큰술, 참기름*소금 적당량씩
양념장 간장 1큰술, 설탕 1/2큰술, 다진 파 2작은술, 다진 마늘 1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만들기
1
밀가루를 소금물로 반죽해 30분 정도 두었다가 얇게 밀어 사방 8cm 정도의 정사각형으로 만두피를 만든다.
2 쇠고기는 곱게 다지고 표고는 불려서 곱게 채 썰어 합한 뒤 양념장으로 무쳐 팬에 볶는다.
3 숙주는 데치고 호박은 채 썰어 소금에 살짝 절였다가 물기를 짜서 볶고, 익힌 채소와 고기, 표고를 섞어서 소를 만든다.
4 만두피 가운데에 소를 1큰술 정도 놓고, 소 위에 잣을 1알 얹고 네 귀를 모아서 맞닿는 부분을 붙인다.
5 삶아서 바로 찬물에 헹구어 건진 편수에 차가운 장국을 붓고 얼음을 띄워 시원하게 내거나, 찜통에 쪄낸 뒤 초간장을 곁들여 낸다.


(왼쪽)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우리가 먹고살 것을 남겨놓으셨대요.
하루는 어머니를 따라서 여기서 한 십 리나 되는 조그만 산이 있는 데를 가서 밤도 따 먹고,
또 그 산 밑에 있는 초가집에 가서 닭고깃국을 먹고 왔는데, 거기 있는 땅이 우리 땅이래요.
거기서 나는 곡식으로 밥은 굶지 않게 됐다고요. 그래도 반찬 사고 과자 사고 할 돈은 없대요. 그래서 어머니가 다른 사람의 바느질을 맡아서 해주지요. 바느질해서 돈 벌어서 그걸로 청어도 사고 달걀도 사고 내가 먹을 사탕도 사준대요.”

* 흰색 꽃무늬 레이스 적삼과 쪽빛 모시 치마, 옥 소재의 꽃 장식 브로치는 모두 김혜순 한복.

(오른쪽) 잘 쉬지 않는 떡과 과자
동그랗게 쪄서 꽃으로 장식한 ‘방울증편’이 보석만큼 곱다. 막걸리를 넣고 발효시켜 쪘기 때문에 잘 쉬지 않아 여름에 주로 먹는다. 연근과 도라지를 데쳐서 설탕물과 조청, 꿀로 조린 뒤 설탕을 묻혀 말린 ‘건정과’는 단맛이 없는 차와 잘 어울린다. 대추 씨를 빼고 꿀에 조리듯 볶은 ‘대추초’ 역시 손님상에 빠지지 않던 숙실과(과일을 익혀서 만든 과자)다. 정과와 숙실과는 보통 여러 종류를 만들어 옆옆이 어울려 담아내곤 했다. 백자 접시는 정재효 작가의 작품.

방울증편
재료 멥쌀가루 5컵(멥쌀 2컵, 소금 1/2큰술, 물 1/4컵), 물*생막걸리 3/4컵씩, 설탕 1/2컵, 식용 꽃

만들기
1 쌀을 씻어 5시간 이상 불린 후 물기를 빼고 소금과 물을 넣어 곱게 빻은 뒤 고운체에 내린다.
2 물을 50℃ 정도로 데워 설탕과 막걸리를 섞은 뒤 쌀가루를 넣어 멍울 없이 섞고 랩을 씌운다.
3 ②를 30~35℃(여름철 실온)에서 4시간 동안 1차 발효시킨다. 1차 발효된 반죽을 잘 섞어 공기를 빼고
다시 랩을 씌워 2시간 동안 2차 발효시킨다. 2차 발효된 반죽을 잘 섞어 공기를 빼고 1시간 더 발효시킨다.
4 ③을 잘 섞어 공기를 뺀 뒤 방울증편 틀에 7~8부 정도 되게 붓고, 김 오른 찜통에 올려 약한 불에서 5분, 센 불에서 10분 찐 뒤 불을 끄고 5분간 뜸들인다.
5 ④에 식용 꽃을 올려 장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