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야초의 채취 및 보관
1. 봄에 뜯는 것이 좋다
산야초는 봄에 채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 봄의 산야초가 유순하고 향취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봄에 채취
한 어린 싹은 맛이 순하고 부드러워 먹기 좋을 뿐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 영양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다른
계절에 채취하는 경우에도 가능하면 새순 부위를 택하도록 한다.
그러나 계절이나 채취 부위에 너무 구애받을 필요는 없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계절에 어느 부위를
채취하든, 영양소와 향미에 다소 차이는 있으나 고유한 효능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눈이 쌓이고 설한풍이 부는 한겨울에도 산야초는 채취할 수 있다. 한겨울에도 양지바른 곳에는 냉이, 속
속이풀, 지칭개, 꽃다지, 개망초, 질경이, 소리쟁이, 붉은 서나물, 쑥, 민들레, 달맞이꽃 등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풀들은 모두 생명력이 강한 풀로서, 겨울에 채취한 이 산야초들은 우리의 자연
치유력을 높이는 데 매우 큰 효능을 발휘한다.
2. 감사하는 마음으로 뜯는다
산야초를 채취할 때에는 늘 미안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풀잎, 나뭇잎을 뜯거나 뿌리를 캘 때
에는 항상 조심스럽고 삼가는 자세로 해야 한다. 아무리 흔한 풀이라 할지라도 남채를 해서 코끼리가 지
나간 자리처럼 만들어서는 안된다.
촘촘하게 잘 자란 산야초의 군락을 만났을 때에도 채소를 솎듯이 조금씩 돌려가며 뜯고, 나뭇잎도 가지가
상하지 않도록 이 가지 저 가지에서 조금씩 뜯도록 한다. 뿌리를 채취할 때에도 뿌리 전체를 몽땅 굴취하
지 말고 다시 새싹이 돋을 수 있도록 일부분은 남겨두도록 한다.
3. 환우가 직접 뜯는다
가능하면 환우가 산과 들에 나가 직접 뜯도록 한다. 환우가 산과 들에 나가면 산야초 외에도 얻는 것이 아
주 많다. 우선 산소가 풍부한 맑은 공기를 호흡할 수 있고 깨끗한 햇볕을 만날 수 있다. 또한 땅에서 솟는
지기를 쏘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풀과 나무가 내뿜는 인체 내 유익한 살균향 피톤치드도 흠뻑 마실 수 있
다. 때로는 계곡에서 맑은 물도 얻어 마실 수 있고 향기로운 꽃내음과 고운 새소리에 가슴에 쌓인 응어리
가 저절로 풀어져버리는 기쁨도 맛볼 수 있다.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풀과 나무들을 보며 팽
팽한 탐욕의 끈을 조금씩 느슨하게 풀어볼 수도 있다.
산과 들을 헤매면서 흘리는 땀은 어떤 보약보다도 값지다. 환우와 가족들이 함께 나들이를 하는 것도 매
우 좋은 방법이다. 병이 회복되기를 바라며 가족들이 지극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한 잎 두 잎 뜯은 산야초
는 정성과 사랑이 곁들여져 더욱 좋은 효능을 발휘할 수 있다.
4. 농약이 닿지 않은 곳에서 뜯는다
논과 밭 속에서 자라는 잡초나 농약이 닿은 논두렁 밭두렁에서 자라는 풀들은 가능한 한 피하는 것이 좋
다. 논과 밭은 농약과 비료로 인해 땅이 산성화되어 있고 지력이 약해져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자란 풀은
영양가도 현저히 떨어질 뿐 아니라 중금속 오염과 같은 농약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산야초는 오염이 안된 기름진 부엽토나 황토밭에서 뜯는 것이 좋다.
5. 전문가의 지도를 받는다
풀과 나무는 먹지 못하는 것이 없고 약이 되지 않는 것이 없지만 초보자가 산야초를 채취할 때에는 상당
한 주의를 요한다. 산야초 중에는 강한 독성을 지닌 풀들이 적지 않고 체질에 따라 여러 가지 알레르기와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처음에 산야초를 채취할 때에는 전문가의 지도를 받
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엔 독성식물이 약 50여 종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초는 대개 잎을 씹어보면 아리고 쏘는 맛
이 나거나 너무 쓴맛이 난다. 또 짓찧어 코에 대보면 역겹고 고약한 냄새가 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특징만 가지고 독초를 감별하는 것은 위험하다. 연하고 순한 외형을 가지고 있어 매우 먹음
직스러울 뿐 아니라 씹어도 별 자극성이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독성을 지닌 풀이 있기 때문이다. 초보자는
상식적으로 잘 알려진 것만 채취하고 의심스러운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독성의 강도는 다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독성식물로는 독미나리, 독말풀, 박새, 끼무릇, 반
하, 자리공, 서울투구꽃, 초오, 박꽃, 천남성, 아기똥풀, 앉은부처, 물봉선 등이 있다.
6. 신선할 때 사용한다
산야초를 채취하면 바로 복용하거나 묵나물 또는 차로 갈무리 해두는 것이 좋다.
산야초는 생명력이 강하여 재배채소처럼 쉽게 시들지 않는다. 그러나 오래되면 신선도와 맛이 떨어지고
영양손실도 많아지기 때문에 신선할 때 먹는 것이 좋다. 녹즙재료 등으로 보관하는 경우에도 가능한 한 1
주일을 넘기지 않도록 한다.
보관할 때엔 신문지 등으로 잘 싸서 서늘하고 통풍이 잘되는 음지에 두거나 냉장고에 넣어두도록 한다.
《민족생활의학》장두석 저 : 정신세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