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마르고 시든 반찬들이 냉장고와 밥상 위를 오간다.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들 중 내 몸을 좋은 기운으로 채우는 것은 과연 몇 가지나 될까. 오랜 기간 사찰음식을 연구해온 운아 스님은 밥 한 공기에 국 한 사발, 그리고 한두 가지 반찬을 곁들인 1식 3찬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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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건강식품이 넘쳐나고, 음식의 영양가도 높아졌지만 오히려 현대 여성들은 골골하지 않는가. “과한 식생활이 문제죠. 매운 음식이나 간수도 하지 않은 소금을 쓴 짠 음식을 좋아하는 데다 불규칙한 생활을 하고 제철 음식을 먹을 기회도 적습니다. 오랜 기간 잠복해 있던 것들이 면역성이 약해지면서 질병으로 나타나게 되는 겁니다.” 사찰음식으로 초기 암을 완쾌시켰다는 보고도 있다. 연근, 우엉, 더덕, 당근 같은 뿌리 음식과 밤, 대추 등 에너지를 많이 가진 열매는 사실 약리작용이 뛰어난 식물이다. “당귀를 끓여 마시면 생리통이 완화되고 겨울 내내 감기에 걸리지 않지요. 쑥은 피를 맑게 해주고 대두는 여성의 자궁을 건강하게 해줍니다. 인삼은 혈을 보해주죠. 콩은 또 얼마나 완벽한 식품입니까?” 이 영양분을 잃지 않기 위해 스님은 조리 시간을 짧게 가질 것을 권한다. 너무 많은 조미료를 넣고 오래 조리하면 재료가 가진 고유의 성질을 버리게 된다는 것. “다음으로는 재료의 성질을 잘 파악해야 합니다. 당근으로 요리를 한다면 일단 이놈을 눈앞에 놓고 속속들이 들여다봐야 해요. 속까지 투명하게 다 알아야 하죠. 당근에는 지용성 비타민이 있기 때문에 기름을 좋아합니다.” 연근을 밥물에 함께 넣어 만든 연근밥상, 곰취나물을 주먹밥에 함께 버무린 곰취주먹밥, 백련의 잎을 따서 만든 연잎꽃밥 등 모두가 그 계절에 난 재료를 가지고 짧은 시간에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다. 이토록 쉽게 만드는 절밥이 맛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대부분 나물 종류가 많아 소화가 잘되죠. 기도를 끝내고 나오면 3년 굶은 것처럼 배가 고프다고들 해요. 보통 절에 오면 산에 오게 되니까 자연스럽게 공복 상태가 되죠, 하하.” 그러나 운아 스님의 말처럼 시장을 반찬 삼아 먹기에 사찰음식은 너무 맛있고 빛깔 또한 곱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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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적인 생활과 정갈한 음식은 건강한 몸을 만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상차림을 적게 한다고 해서 영양소가 결핍될 일은 절대 없다. 하루 세 번 식사를 통해 충분한 영양을 고루 갖출 수 있도록 궁합을 맞추기 때문이다. 고기가 아니더라도 자연이 준 푸성귀, 열매, 곡식을 활용하면 더 풍성한 식탁을 차릴 수 있다. “한 사람이 고기를 먹지 않으면 20명이 허기를 달랠 수 있다고 해요. 채소나 열매에도 단백질이 풍부합니다. 우엉, 연근, 밤, 두부, 콩 한 가지로도 수십 가지 음식을 만들 수 있어요. 콩은 뿌리와 열매, 잎사귀 등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쓸 수 있죠. 단백질이 풍부한 완전식품이라 인체의 자연 치유력을 높입니다. 열매가 가진 에너지도 상당해요. 밤은 영양이 풍부하고 값도 싼데 5대 영양소까지 갖추고 있죠.” 발우공양에서 탄생한 1식 3찬은 제대로만 차리면 기름기 많은 고기보다 훨씬 좋은 보양 밥상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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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아 스님은 저서 <1식3찬 보약밥상>(도서출판 수작걸다)에서 밥과 국을 베이스로 맛은 물론 컨디션과 영양, 컬러의 궁합으로 약이 되는 보약 밥상을 소개한다. 사찰음식연구원에서 현재 일반인을 대상으로 사찰음식 강좌를 하고 있고 불교 TV와 문화센터에서도 활동 중이지만 앞으로는 좀 더 긴 호흡으로는 사찰음식을 알릴 계획이다.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약이 되는 1식 3찬을 알리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될 긴 도정이다. “잘못된 식습관은 많은 질병을 부르게 됩니다. 자신에게 필요한 영양을 고려해 조금 모자란 듯 먹어야 합니다. 상다리 부러지게 차린 밥상에는 미처 맛을 음미하기도 전에 쓰레기통으로 향하는 반찬도 많지요. 나이가 들면서 진한 화장과 화려한 액세서리를 내려놓듯, 우리의 밥상도 가벼워져야 해요.” 모두가 건강한 밥상을 말한다. 그러나 이 땅의 엄마들은 오늘도 반찬 걱정, 아이들은 매번 반찬 투정이다. 더하는 것보다 빼는 것이 어려운 세상이기 때문이다. 자기 잘난 자랑을 하느라 모두 보태기만 하는 세상에서 오늘 하루쯤은 밥과 국, 반찬 2가지뿐인 소박한 밥상을 차려보는 것은 어떨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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