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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떠나요, 경기도 하루 여행 <2> 북한강 드라이브

아기 달맞이 2011. 2. 19. 09:55

가족과 떠나요, 경기도 하루 여행 <2> 북한강 드라이브

[중앙일보] 입력 2011.02.18 03:12

물안개 피어 오르면 버들강아지도 물오르겠지

‘가족과 떠나요, 경기도 하루 여행’ 2월의 순서는 북한강 드라이브다. 행정구역으로 보면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화도읍 일대와 북한강 건너편 양평군 서종면 일대고, 지도로 보면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치는 두물머리에서 서종대교 아래까지 북한강변 지역이다.

경기관광공사가 이달에 북한강 드라이브를 추천한 이유는 물안개 때문이었다. 봄이 찾아드는 계절, 북한강 주변은 아침마다 수묵화의 풍경을 연출한다. 하나 올해는 겨울이 길어 2월 중순에도 강물이 녹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물안개 자욱한 장관은 아직 볼 수 없었다.

그래도 북한강은 좋다. 언제 가도 좋다. 북한강을 끼고 나란히 달리는 45번 국도와 352·391번 지방도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드라이브 코스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을 뽑을 때마다 이 구간은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2월의 경기도 하루 여행은 바로 이 길을 달리는 것이다.

글·사진=손민호 기자

1 운길산 수종사로 북한강 물안개 보러 갔더니 물안개는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오백 살 먹었다는 은행나무만 아침 강바람 맞으며 서 있었습니다. 그것도 가지만 드러낸 채 서 있었습니다.

# 수종사에 올라 두물머리를 내려다보다

엄밀히 말해 수종사는 북한강 드라이브 나온 김에 잠깐 둘러보고 나오는 절집이 아니다. 수종사는, 이 작은 경내 곳곳에 쟁여져 있는 숱한 사연 듣고 나면, 온종일 머물러도 아깝지 않은 여행지다. 수종사는 작은 절이지만, 깊은 절이다.

 수종사의 내력은 조선 세조 연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 날 두물머리에서 하룻밤 묵던 세조가 종소리 때문에 잠에서 깼다. 종소리를 따라 산을 올랐더니 동굴 안에 나한이 있었고, 물 떨어지는 소리가 종소리처럼 동굴을 울리고 있었다. 세조는 여기에 절을 짓게 했고, ‘물종[水鐘]’이란 이름을 내렸다. 하여 수종사다. 지금도 수종사 경내엔 세조가 심었다는 은행나무 두 그루가 살아있다.

 수종사는 운길산 중턱에 있다. 운길산(610m) 명치께 걸터앉아 두 물이 몸을 섞는 모퉁이를 우두커니 내려다보고 있다. 천하의 명당이다. 이 명당에 올라 두물머리를 내려다본 수다한 인물 중에 두 인물은 꼭 알아야 한다. 한음 이덕형(1561∼1613)과 다산 정약용(1762∼1836)이다. 두 위인 모두 운길산 자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풍진 세월 겪고서 고향에 돌아온 뒤에도 수종사에서 늘그막을 보냈다. 수종사에 가는 건, 두 위인의 발자취를 더듬는 일이다.

 수종사는 걸어서 가는 게 좋다. 수종사 입구에서 30분 거리다. 아침부터 길을 나섰으면, 수종사보다 운길산을 먼저 오르라고 권한다. 수종사에서 운길산 정상까지 왕복 1시간쯤 걸린다. 수종사 경내를 둘러보는 건 오전 11시 이후로 늦추자. 그 즈음에야 수종사 찻집 삼정헌(三鼎軒)이 문을 연다. 삼정헌에선 누구나 공짜로 차를 마실 수 있다. 삼정헌에서 따뜻한 녹차를 마시며 내려다보는 두물머리 풍경은 쉬 잊히지 않는다.

2 수종사 올라가는 길.
3 왈츠와 닥터만 커피박물관.
4 남양주종합촬영소에서 전시 중인 미니어처 세트.
5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전경.

# 커피박물관의 아기자기한 재미

수종사에서 내려와 45번 국도를 타고 청평 방면으로 10분쯤 달리다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간다. 강변에 빨간 벽돌로 지은 앙증맞은 건물이 보인다. 북한강 데이트 코스로 유명한 ‘왈츠와 닥터만 커피박물관(www.wndcof.com)’이다.

 커피박물관은 2006년 8월 문을 열었다. 서울에서 원두커피 체인 ‘왈츠’를 운영하던 박종만(51)씨가 커피에 관한 온갖 정성을 담아 박물관을 지었다. 전 세계를 돌며 커피를 공부했다는 박종만 관장의 열성이 박물관 구석구석에서 느껴질 만큼 박물관은 알찬 재미로 가득하다. 인류의 커피 역사는 물론이고 전국의 유서 깊은 다방까지 소개하고 있으며, 고종이 커피를 마셨다는 은제 티스푼도 전시돼 있고, 핸드 드립 커피를 손수 만들어 마실 수 있다. 한두 시간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낼 수 있다. 커피박물관 옆에 고급 레스토랑이 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영화와 놀기 - 남양주종합촬영소

아시아에서 규모가 가장 큰 촬영장이다. 수많은 영화와 TV 드라마가 여기서 작업을 했다. 일일이 헤아리기도 어렵다. 그냥 당신이 생각나는 한국 영화와 드라마 열 개 중에서 예닐곱 개 이상은 여기서 작업을 했다고 보면 된다. 지금도 연중 24시간 촬영이 진행되고 있으며, 2월 현재 TV 드라마 ‘짝패’ 등 서너 편이 동시에 제작되고 있다.

 운이 좋으면 야외세트장에서 촬영 중인 스타와 조우할 수도 있다. 스타를 못 만나도 남양주종합촬영소(studio.kofic.or.kr)는 일부러 시간을 내서 갈 만하다. 특히 영화 특수제작 기법 체험은 기대 이상으로 흥미진진하다. 자신이 주인공이 돼 영화 속 합성 장면을 만들 수 있고, 영화에서 쓰이는 음향효과를 직접 제작할 수도 있다. 매달 최신 영화를 무료 상영하기도 한다. 2월의 영화는 ‘방가?방가!’. 평일과 토요일은 오후 1시30분, 일요일은 오후 1시, 오후 3시 상영한다. 커피박물관 맞은편에 있다.

# 소설 ‘소나기’의 추억 - 소나기마을

양평군 서종면사무소를 지나 이정표 따라 5분쯤 들어가면 소나기마을(www.소나기마을.kr)이 나온다. 소나기마을은 소설가 황순원(1915∼2000) 선생의 문학촌이다.

 이북 출생인 황순원 선생의 문학촌이 양평 땅에 들어선 이유가 재미있다. 단편 ‘소나기’ 말미에 등장하는 다음 구절 때문이다. ‘내일 소녀네가 양평읍으로 이사 간다는 것이었다’. 이 문장 하나로 양평군에 소나기마을이 들어서게 됐다. 2009년 6월 개장했다.

 소나기마을은 소설 ‘소나기’를 최대한 다양한 방법으로 재현하고 있다. 문학관 건물 자체가 수숫단 모양이다. 소나기광장에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수숫단이 서 있고, 오두막이 있고, 개울이 흐르고, 징검다리가 놓여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 시간을 맞춰 인공 소나기를 뿌리기도 한다. 소설 한 편이 일군 풍경이 이채롭고 뿌듯하다. 소나기마을은 국내에서 가장 큰 문학관이다.

●북한강 하루 여행 일정 북한강 하루 여행은 오전 시간을 고스란히 수종사에서 보내길 권한다. 아침 일찍 서둘러 나와 운길산 산행을 해도 좋고, 느지막이 나와 삼정헌에서 차 한잔 얻어 마시고 나와도 좋다. 점심은 수종사 인근 맛집 두 곳을 추천한다. 커피박물관·남양주종합촬영소·소나기마을은 모두 가볼 만한 곳이지만 오후 시간이 모자랄 수 있다. 세 곳 중에서 마음에 맞는 두 곳만 골라서 가도 좋다. 저녁은 운길산역 앞에 있는 셀프 장어구이촌을 추천한다. 남양주시 문화해설사가 콕 집은 원조집은 한강민물장어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