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양평레일바이크와 숲속의 미술공원을

아기 달맞이 2010. 11. 26. 20:36

 


한국의 가을은 정말 아름답다. 한국에 와서 두 번째의 가을을 맞이하고 있는데, 역시나 올해의 가을도 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여행을 좋아해서 여기저기 많이 다녔는데 보령 녹차밭과 목포 여행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이번에 나의 한국여행 리스트에 또 한 곳의 여행지가 추가됐다. 바로 경기도 양평이다. 이렇게 햇살 좋고 바람 시원한 날에 어울리는 시골여행지로, 양평은 그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곳이었다.


양평 레일바이크 타고 가을바람을 가로지르다

 

주말, 서울에서 양평으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험난했다. 미국에서 도심정체를 거의 겪어보지 못한 나로서는 지루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양평으로 들어서자 답답한 마음은 온데 간데 없어졌다. 시원한 강줄기도 그렇거니와 조금씩 물들어가는 한국의 가을 산이 시야에 들어오자 나도 모르게 탄성이 흘러나왔다.

한국인 친구와 양평에서 처음 찾아간 곳은 레일바이크를 타는 곳이었다. 강원도 정선에도 레일바이크가 있다고 하는데, 올해 처음 생긴 양평레일바이크도 만만치 않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이곳은 원래가 중앙선 철로였다고 한다. 기차가 다니지 않는 폐철길이 되자 사람들이 즐겁게 이용할 수 있는 레일바이크로 재탄생시켰다고 하니, 한국인들의‘재치’가 느껴진다.

우리는 오후 12시에 출발하는 레일바이크를 타기 위해 가까스로 양평레일바이크 입구에 도착했다. 주말이라 사람들이 꽤 많다. 평일에는 예약을 하지 않아도 탈 수 있지만, 주말에는 예약을 해야 탈 수 있다고 한다. 하절기에(3월~10월 31일)는 하루 9회, 동절기(11월 1일~2월 28일)에는 하루 7회만 운행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맨 마지막 번호인 50번 레일바이크에 몸을 실었다. 레일바이크는 4인석으로 2인 이상이면 편히 즐길 수 있다. 대부분이 가족, 연인, 친구끼리 온 사람들이다. 자전거처럼 페달을 밟아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주변경관을 해칠 일도 없을 것 같다. 소요 시간은 약 1시간 10분 정도. 회차지점까지 25분, 휴식 20분, 복귀 25분이다. 출발지점에서 회차지점까지 약 3.2km로 왕복 6.4km를 나의 두 발로 직접 운행하는 셈이다.


양평레일바이크의 선로는 원래가 중앙선 철로였다고 한다.기차가 다니지 않는 폐철길이 되자 사람들이 즐겁게 이용할 수 있는 레일바이크로 재탄생시켰다고 하니, 한국인들의‘재치’가 느껴진다.


레일바이크를 달리며 바라보는 양평의 시골풍경은 정말 아름답다. 파랗게 높은 하늘도 한몫 톡톡히 했다. 정말이지 한국의 가을 하늘은 ‘아름답다’라는 말 밖에는 별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한국인 친구에게 한국말로 ‘아름다워요’라고 연신 표현해 주었다.

레일바이크를 달리다 보니 동굴이 나온다. 캄캄한 동굴을 통과할 때가 특히 인상적인데 어두운 동굴 안에 아름다운 빛깔의 조명이 눈을 즐겁게 한다. 휴식 시간에는 여유롭게 시골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목이 말랐는데 휴게실도 있어서 가벼운 간식거리를 즐길 수도 있었다.

약 1시간 정도를 열심히 페달을 밟으니 복귀하는 길에는 다소 숨이 차올랐다. 그래도 운동이라 생각하니 기분이 오히려 상쾌해진다.


숲속의 미술공원은 크게 갤러리와 다양한 테마의 야외 조각공원, 산책로 등으로 이뤄져 있다. 전망도 좋아 자연을 바라보며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할 수도 있고, 너른 잔디밭 위에 앉아 도시락을 먹기에도 좋다.


자연 속의 예술 ‘양평 숲속의 미술공원’

 

양평레일바이크에서 신나게 달리고, 이어 간 곳은 양평 숲속의 미술공원이었다. 숲속의 미술공원은 원래 ‘C아트뮤지엄’이란 개인 미술관으로 지난 2005년 문을 열었는데, 올해 10월 시설을 새로 단장하고 교육프로그램을 강화해‘양평 숲속의 미술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한 곳이다.

이곳에는 현재 작가 50여명의 작품 1000여점이 전시돼 있다고 한다. 특히 갤러리인 C아트홀에서 한국 미술계의 거목이라 불린다는 김기창 화백과 그의 아내 우향 박래현의 작품 수십 점을 만나볼 수 있었다. 운보가 직접 그렸다는 세종대왕 영정의 밑그림 작품 2점을 보았는데, 연필로 밑그림을 한 부분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 김기창 화백의 숨소리까지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야외 조각공원인 지저스 힐에는 조형미술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정관모 조각가의 ‘예수얼굴상’이 있다. 코르텐스틸(특수강판)로 만들어진 이 조각은 높이가 무려 22m에 달한다고 한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코르코바도 언덕의 예수상 못지않은 웅장함과 위엄을 보여준다. 한국의 사찰에 여행 갔을 때 보았던 거대한 부처님상이 떠올랐다.

숲속의 미술공원은 크게 갤러리와 다양한 테마의 야외 조각공원, 산책로 등으로 이뤄져 있다. 특히 공원이나 산책로에 밤나무가 많아 길 여기 저기에 밤송이가 떨어져 있다. 밤이 열리는 시기에는 작품 감상뿐 아니라 밤 줍는 재미도 좋을 것 같다.

이곳에는 전망도 좋아 자연을 바라보며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할 수도 있고, 너른 잔디밭 위에 앉아 도시락을 먹기에도 좋다. 미술공원 가장 위쪽에는 삼림욕 산책길이 조성돼 있다. 30분 정도면 완주할 수 있다고 한다. 소주병 같은 실제의 사물을 테마로 한 조각 작품을 전시한 사실조각공원, 다양한 작가들의 시비가 있는 시문학동산 등도 인상적이었다.

양평레일바이크와 숲속의 미술공원을 돌아본 하루는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이번 여행길은 한국의 가을을 만끽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하루였다.


Travel Tips

양평레일바이크
양평레일바이크는 입소문을 타면서 최근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고 있다. 때문에 주말에는 꼭 예약을 해야 제 시간에 탑승을 할 수 있다. 성인 2명 이상이면 편히 즐길 수 있다. 그러나 2인승 탑승 시에는 개인에 따라‘운동부족’을 여실히 느낄 수 있으니, 떠나기 전 열심히 운동을 해두자.

운행시간
: 오전 09:00, 10:30, 12:00. 13:30, 15:00, 16:30, 18:00, 19:30(11월 1일~2월 28일 운행 안함), 21:00(11월 1일~2월 28일 운행 안함)
이용요금 : 패밀리용 4인승 26000원, 커플용 2인승 18000원, 단체(10대 이상) 10% 할인, 양평군민의 경우 주말 20%, 평일 30% 할인(신분증지참)
address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삼성리 126-5
phone 031-775-9911
homepage www.yprailbike.com


양평 숲속의 미술공원
외진 곳에 있다고 해서 절대 무시하지 말자. 그야 말로 ‘대반전’을 확인할 수 있는 아름다운 미술관이다. 예술작품들과 자연이 어우러진 숲속의 미술공원은 볕 고운 가을에 참 예쁘다. 게다가 수준 높은 작품들이 가득 있어 감상하는 재미를 더한다. 여러 작가들의 작품들도 볼 만 하지만 운보 김기창 화백의 작품이 상설전시 되고 있어 그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가볼만한 가치가 있다. 관람 중 문자(010-5787-0093)로 음악을 신청하면 틀어준다.
운영시간 : 연중무휴, 오후 5시까지 입장 가능(애완동물 입장불가, 음주 흡연 금지) / 입장료 : 성인 10000원(단체 20명 이상 7000원), 청소년 6000원(단체 20명 이상 4500원), 만3세~7세까지 4000원(단체 20명 이상 3000원)

address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단석리 402번지 양평 숲속의 미술공원(C아트뮤지엄)
phone 031-775-6945(대표전화), 010-5787-0093(관람문의)
homepage www.cartpark.co.kr


주변 관광지
소나기 마을
황순원문학관을 비롯해 징검다리, 수숫단 오솔길 등 소설‘소나기’의 배경을 재현한 체험장, 산책로 등이 조화를 이룬 새로운 개념의 문학공간이다.
address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수능리 산 74
phone 031-773-2299, 4499

애벌레생태학교
1000여 마리 이상의 나비들이 날아다니는 나비생태하우스. 곤충, 양서류, 파충류 전시실에서는 50여종 1000여개의 개체를 일 년 내내 관찰할 수 있다.
address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756-1
phone 031-771-0551



경기관광공사 끼투어(글 리아, 장정현·사진 이염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