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미

양은 도시락

아기 달맞이 2010. 11. 5. 01:11

매일 반찬이 바뀌는 학교 급식과 보온도시락에 익숙해져 있는 요즘의 아이들에겐 그저 멀고도 낯선 이야기로만 들릴 테지요. 80년대 중반 무렵이었던가요? 보온 도시락이 처음 나왔던 게 그 즈음으로 기억되는군요. 지금보다 훨씬 크고 무거웠지만 속이 스티로폼으로 되어 있던 그 보온 도시락은 학생들에게 획기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난로위에 도시락을 얹어야 하는 번거로움은 물론 까맣게 눌러 붙은 밥을 누룽지 삼아 먹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신기했던지요. 그러나 그 또한 선망의 대상이었던 아이들이 대다수였습니다.

흘러나온 김치 국물이 책과 공책에 냄새를 풍기며 묘한 지도를 그리기도 했지만, 계란 반찬 하나에 마냥 행복해 하며 양은 도시락 속에서 떨그덩 거리던 젓가락 소리에 맞춰 신나게 집으로 달려가던 어린 시절이 그리워지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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