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하루를 살며 간편한 패스트푸드를 선호하던 때에도 한국식의 웰빙 음식을 지켜온 모녀가 있다. 한식을 알리기 위해 좀 더 재밌고 특별한 음식을 함께 만들기로 한 두 모녀의 이야기.
서울 삼청동의 골목으로 들어가다 보면 오래된 기와집이 나온다. 그곳은 한국식 음식을 연구하는 장명숙(50)씨와 그의 딸 김종선(28)씨가 함께 꾸려나가는 전통찻집 겸 갤러리 ‘햇살’이다. 화려한 간판이 있거나 시선을 확 끌어당기는 외관은 아니지만 언제나 활짝 열려 있는 문을 통해 보이는 떡판으로 만든 티 테이블과 여기저기 널려 있는 소품만 봐도 왠지 시골스러운 정취가 느껴지는 편안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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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달군 팬에 토마토를 볶다가 한 번 삶아 익힌 뽕잎국수를 다시 볶아 파스타처럼 만든 뽕잎국수. 향긋한 뽕잎과 토마토가 어우러져 한국식 파스타가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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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숙씨는 요리를 전공하지도,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도 없다. 우연히 전통차를 알게 됐고 그 매력에 빠져 처음에는 차에 대해 공부를 했다. 그러면서 한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연구를 하게 되면서 강의도 나가고 수업도 열게 됐다. 이런 모습을 늘 곁에서 지켜보던 딸은 엄마의 모습에 어느 순간 동화됐고 예전에는 촌스러워 보였던 한국 음식과 소품들이 멋스럽게 다가왔다. 그러면서 어렸을 때부터 배우고 대학에서 전공까지 했던 호른을 과감하게 접고 다식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된 것. 요리라고는 라면 끓이는 것이 전부였지만 엄마 덕분에 다식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겁나지 않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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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입구에서부터 소박한 한국의 미가 느껴지는 감을 엮어 만든 발. 서울에서는 느끼기 힘든 시골의 따스함이 느껴지는 소품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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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식을 하면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많은 사람들이 한식을 맵고 자극적인 요리로 인식한다는 사실이에요. 이런 고정관념을 바꾸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 요즘은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방법에 대해 연구 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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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브로콜리만 살짝 데치고 나머지 재료는 다른 조리 과정 없이 먹기 좋게 썰어 준비한다. 그 위에 찹쌀로 만든 주먹밥을 올리고 된장과 간장을 섞은 소스를 곁들이면 재료 본연의 맛과 구수한 된장소스의 맛이 조화를 이루는 주먹밥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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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는 이렇게 입을 모으면서 비법 하나를 전수했다. 이를 위해 불필요한 양념과 복잡한 조리 과정은 줄이고 직접 담은 양파간장과 된장 등 한국적인 소스에 궁합 맞는 이국적인 식재료를 가볍게 섞어 마무리한다는 것. 복잡한 조리 과정을 빼고 재료 본연의 색을 살리고 무심한 듯 뿌려진 소스는 혀로 맛보기 전에 눈을 더 즐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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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소박한 멋이 느껴지는 한국의 대표 소품인 표주박으로 만든 바가지. 5 물 대신 차를 주로 마시는데 그때 사용하는 다구들. 손때가 묻어 더욱 멋스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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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 정수현 기자
■사진 / 이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