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글

법정 스님의 무소유/글쓴이 박의곤

아기 달맞이 2010. 3. 13. 17:00

누군가 우리 곁을 훌쩍 떠나가면 인생의 날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을 익히 알면서도...

베품이 부족하고, 지혜가 부족하고, 부족한 것들 뿐입니다.
나눔이 부족하고, 인정이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하고, 그렇습니다.
어쩌면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지 못하고, 더 가지려고 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아플 때는 건강하기만 하면, 없을 때는 있기만 하면, 밑에 있을 때는 올라가기만 하면 어떻게 되는 줄 알고 살지요.

그러나...

막상 또 자기의 욕망이 어느 정도 채워지면 베품을 잊고, 은혜를 잊고, 자기 뿌리를 잊고, 자기 존재를 잊고 살 때가 많습니다.
지난 날 배고품을 잊고, 아픔을 잊고, 남의 도움을 잊을 때가 많습니다.

그리움이 쌓입니다.

누군가를 우리 곁에서 잃으면 오는 회한입니다.
그분의 글을 통해서 진솔한 인간의 한 단면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하나님으로부터, 부모님으로부터 은혜 가운데 살았고, 지금도 살고 있을 뿐입니다.
지금 자기가 가진 것이 있다면, 그것은 모두가 하나같이 은혜이지요.
그 은혜를 이분은 알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남에게 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주려고 하니, 법복 하나밖에 줄 것이 없었습니다.
말과 글로, 그가 터득한 지혜로, 베품으로, 무소유로, 은혜를 갚고자 했던 것입니다.

인생을 지내 놓고 보니...
남보다 조금 안다고 가르치고 보니...
나름대로 무엇인가 해 놓고 보니...
뭐라고 말은 했지만, 그 말의 본래 의미를 그 자신도 잘 알지 못한 것이지요.

죽음이 다가왔습니다.
자신의 과거가 생각났습니다.
살아온 날들이 주마둥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내 인생이 뭔가!
내가 뭐꼬?

진지한 이 물음의 답을 죽음에 이르러서야 찾게 되었습니다.

무소유!

그러나 그분 역시 많은 것을 갖고 있었습니다.

몸이 있기에 걸치고 있었고, 입이 있기에 먹을 것이 있었고, 세상이 있기에 세상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폐암이라는 중한 질병은 육체를 갉아 먹었고, 의식은 희미해져 갔습니다.
그처럼 쩌렁쩌렁하던 목소리를 잃었습니다.
글씨가 써지지 않았습니다.
사람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2년여 병상에서의 시간이, 긴긴 고독의 시간이, 70평생 살아온 지난 날들보다 더 많은 영혼의 긴긴 시간들이, 그분을 홀로 두지 않았습니다.
시작이 없었고 끝이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시간과 공간 속애서 하나님을 만난 것입니다.

병상에서...
죽음 앞에서...

그리고 숨을 거뒀습니다.
이게 인생입니다.

지금 저와 여러분은 한 사람의 죽음 앞에서 무엇을 취하고, 버리고 계십니까?

그 물음을 자신에게 던져야 합니다.
그리고 빨리, 아니 가능하면 지금 이 시간에 그 답을 찾고,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하여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

국립목포해양대학교 동기, 동문 여러분!

저는 진심으로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모세는 시편에서 인생을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우리의 년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년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시편 90:10)."
"The length of our days is seventy years - or eighty, if we have the strength; yet their span is but trouble and sorrow, for they quickly pass, and we fly away(Psa 90:10)."

* span : 한뼘(엄지손가락과 새끼손가락을 잔뜩 벌린 거리, 약 9인치), 짧은 거리, 잠간, 잠시, 사람의 일생(the span of life)

그렇습니다.

They quickly pass.
And we fly away.

저와 여러분의 남은 인생의 날들도 이렇게 빨리 지나가고 있기에, 오늘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자신에게 물어야 할 것입니다.

인생의 안전 항해를 기원합니다.

부탁합니다.

선장되신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십시오.

"예수께서 가라사대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요 11:25-26)."

그분을 믿으면 여러분의 지금 인생을 가장 안전한 포구로 인도해 주실 것입니다.

꼭 그렇게 되시길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포근한 봄날 아침에 서울에서 박 의곤 목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