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나눌 것이 없다고 생각될 때도 나누라.
아무리 가난해도 마음이 있는 한 나눌 것은 있다.
근원적인 마음을 나눌 때 물질적인 것은 자연히 그림자처럼 따라온다.
그렇게 함으로써 내 자신이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
세속적인 계산법으로 는 나눠 가질수록 잔액이 줄어들 것 같지만
출세간적인 입장에선 나눌수록 더 풍요로워진다.
지금 이순간을 놓치지 말라.
'나는 지금 이렇게 살고 있다' 고 순간순간 자각하라.
한눈 팔지 말고, 딴 생각하지 말고,
남의 말에 속지 말고, 스스로 살펴라.
이와 같이 하는 내 말에도 얽매이지 말고
그대의 길을 가라.
이 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
이런 순간들이 쌓여 한 생애를 이룬다.
너무 긴장하지 말라.
너무 긴장하면 탄력을 잃게 되고
한결같이 꾸준이 나아가기도 어렵다.
사는 일이 즐거워야 한다.
날마다 새롭게 시작하라.
묵은 수령에서 거듭거듭 털고 일어서라.
출가 50년, 법정 스님의 잠언 모음집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 하나가 필요할 때는 하나만 가져야지, 둘을 갖게 되면 애초의 그 하나마저도 잃는다.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는가에 있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늙음이 아니라 녹스는 삶이다. 인간의 목표는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풍성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살 때는 삶에 철저해 그 전부를 살아야 하고, 죽을 때는 죽음에 철저해 그 전부가 죽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삶의 방향을 수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받는 법정 스님의 글과 법문들에서 130여 편의 대표적인 내용들을 가려 뽑았다. 2006년, 법정 스님 출가 50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기획된 이 책은 내용을 법정 스님과 가까이 지내는 류시화 시인이 엮고, 세계적인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의 명상적인 사진들로 본문과 표지를 장식했다.
살아 있는 모든 존재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축시와도 같은 이 잠언집은 무소유, 자유, 단순과 간소, 홀로 있음, 침묵, 진리에 이르는 길과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로 채워져 있다. 순간순간 새롭게 태어남으로써 어떻게 하면 단순하되 영적으로 충만한 삶을 살 것인가의 가르침들이 행간마다에서 읽는 이를 일깨운다. 소나무 숲에서 며칠 산림욕을 경험한 것처럼 영혼을 맑게 하는 글들이 인상적인 사진과 어우러져 그 깊이를 한층 더해 준다.
서양에서 달라이 라마와 틱낫한 이후에 불교의 새로운 스승으로 법정 스님을 주목하고 있는 흐름에 맞추어 이 책은 한국에서의 발간을 시작으로 중국, 일본, 대만, 미국 등에서 출간을 준비 중이고, 각 나라에서 올해 상반기 안에 출간될 예정이다.
중국어 번역은 중국 문화대학교 한국어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석사, 박사 과정을 공부한 노홍금(盧鴻金) 씨가 맡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 연수평가원, 평생교육원 등에서 강사 생활을 하고 지금은 백석대학교에서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그는 이문열 씨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을 중국어로 번역했다.
일본에서는 법정 스님의 산문집 <버리고 떠나기>를 일본어로 옮긴 고노 스스무(河野 進) 씨가 번역을 맡았다. 1939년 도쿄에서 태어나 한국의 목포, 원주, 서울 등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1951년부터 다시 일본에서 생활한 고노 씨는 소피아 대학 문학부 철학과를 거쳐 30여 년 동안 출판사에서 근무했고, 일본의 대표적인 자연주의자 야마오 산세이(山尾三省)와 가까이 지냈다.
미국에서의 출간을 책임지고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은 현재 미시건 대학 동아시아학 박사로 한국학을 가르치고 있는 메티 베게하우프트(Matty Wegehaupt) 씨가 진행 중이다.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교에서 동아시아학 문학 석사와 위스콘신 매디슨 대학교에서 문학사 학위를 받은 그는 한국인 아내로부터 법정 스님의 글을 소개받고 스님의 열렬한 추종자가 되었다.
이밖에도 이 책은 프랑스와 독일에서도 출간 계획을 갖고 번역자들과 접촉 중이다. 이 잠언집이 각국에서 출간되면 나라와 언어를 초월해 법정 스님의 가르침이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인간의 삶에 큰 스승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법정 스님이 말하는 행복에 이르는 길
이 잠언집에서 법정 스님은 다음과 같이 행복에 이르는 길을 말하고 있다.
더 이상 나눌 것이 없다고 생각될 때에도 나누라.
아무리 가난해도 마음이 있는 한 나눌 것은 있다. 근원적인 마음을 나눌 때 물질적인 것은 자연히 그림자처럼 따라온다. 그렇게 함으로써 내 자신이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 세속적인 계산법으로는 나눠 가질수록 잔고가 줄어들 것 같지만, 출세간적인 입장에서는 나눌수록 더 풍요로워진다.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는가에 있다.
‘위에 견주면 모자라고 아래에 견주면 남는다.’는 말이 있듯, 행복을 찾는 오묘한 방법은 내 안에 있다. 인간을 제한하는 소유물에 사로잡히면 소유의 비좁은 골방에 갇혀 정신의 문이 열리지 않는다. 작은 것과 적은 것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선택한 맑은 가난은 부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 이것은 소극적인 생활 태도가 아니라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무소유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때, 우리는 보다 홀가분한 삶을 이룰 수 있다.
저마다 서 있는 자리에서 자기 자신답게 살라.
내가 지금 순간순간 살고 있는 이 일이 인간의 삶인가, 지금 나답게 살고 있는가,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 무엇이 되어야 하고 무엇을 이룰 것인가, 스스로 물으면서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가지 않으면 안 된다. 누가 내 삶을 만들어 주는가. 내가 내 삶을 만들어 갈 뿐이다.
하나가 필요할 때는 하나만 가져야지 둘을 갖게 되면 애초의 그 하나마저도 잃게 된다.
모자라고 텅 빈 그 속에서 넉넉한 충만감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의 목표는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고 풍성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소유와 소비 지향적인 삶의 방식에서 존재 지향적인 생활 태도로 바뀌어야 한다.
자주 버리고 떠나는 연습을 하라. 버리고 떠난다는 것은 곧 자기답게 사는 것이다.
낡은 탈로부터, 낡은 울타리로부터, 낡은 생각으로부터 벗어나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날마다 새롭게 시작하라. 묵은 수렁에서 거듭거듭 털고 일어서라.
법정 스님
1932년 출생. 1955년 송광사에서 효봉 스님의 문하에 출가했다. 70년대 봉은사 다래헌에 거주하며 한글대장경 역경에 헌신하고, 함석헌 등과 함께 <씨알의 소리> 발행에 참여했으며, 불교신문사 주필을 지냈다. 70년대 말 모든 직함을 버리고 송광사 뒷산에 스스로 불일암을 지어 칩거한 후 30년 동안 한 달에 한 편 쓰는 글로써 세상과 소통해 왔다. ‘선택한 가난은 가난이 아니다’라는 청빈의 도를 실천하며 ‘무소유’의 참된 가치를 널리 알렸다. 2004년에는 그동안 맡아 왔던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 ‘길상사’ 회주직에서 사퇴했다. 2006년 현재 강원도 산골 화전민이 살다 떠난 작은 오두막에서 여전히 홀로 살며 청빈과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무소유> <서 있는 사람들> <물소리 바람소리> <산방한담>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텅빈 충만> <홀로 사는 즐거움> 등이 있다.
류시화
1959년 충북 옥천 출생. 경희대학교 국문학과 재학 시절인 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했다. 초기에 시운동 동인으로 활동하다가 문학 활동을 중단하고 인도, 네팔, 티베트 등을 여행하며 구도의 길을 걸었다. 이때 <성자가 된 청소부>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티벳 사자의 서> <선의 황금시대> <삶의 길, 흰구름의 길>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용서> 등 명상과 인간 진화에 대한 주요 서적 50여 권을 번역했다. 가타 명상센터, 제주도 서귀포 등에서 지내며 시집, 여행기, 산문집을 냈다. 2006년 현재 한국, 인도, 미국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시집으로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치유의 시집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과 산문집 <삶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들> 인도 여행기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 <지구별 여행자>가 있다.
살아있는 것은 행복하라
순백의 하얀 눈속에 고요히 잠겨있는 나무들이 표지를 장식하고 그 위에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는 기도와 같은 제목이 적혀있다. 마치 한 겨울 눈 덮인 설산에서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행복하기를 기원하는 스님의 모습이 보일 듯하다. 이 책은 법정스님 출가 50년을 기념하여 류시화 시인이 스님께 헌정하는 형식으로 엮어진 책이라고 한다. 그동안 글로써 전해주셨던 스님의 귀한 말씀이 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굳이 차례대로 넘겨보지 않아도 문득 넘겨본 어느 페이지에서 흘러나오는 스님의 말씀은 내 가슴을 적시며 일상의 잡음에 묻혀 잊고 있었던 소중한 삶의 진리들을 다시금 새롭게 일깨워주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엮은이의 글에 나와있는 스님의 인간적인 모습이다. 아들을 잃은 어느 여인이 고통과 슬픔에 못이겨 스님을 찾아왔을 때 다른 사람들은 스님이 어떤 위로의 말을 해주리라 예상했었지만 스님은 아무 말 없이 그저 묵묵히 그 여인의 고통을 들어주었고 함께 공감해주었으며 그 현존의 빛으로 감싸주었다. 그리고 그 여인은 서서히 치유되었으며 홀로설 수 있게 되었다. 어떤 위로의 말보다도 그저 따스한 눈빛, 가슴깊이 받아들여주는 마음이 그 여인에게 힘이되었으리라. 스님의 그런 중생들을 향한 연민,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다 행복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이 책을 관통하며 우리에게 행복하라! 고 말씀하시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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