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색의 만남
45여년 동안 우리 옷을 만들어온 한복 디자이너 이리자(본명 李殷姙)선생은 1960-1970년대 삯바느질 수준의 한복을 패션 작품으로까지 높이는데 기여하였다. 어려서부터 접한 우리 옷을 토대로 한복을 만들기 시작한 이리자 선생은 입으면 배가 부른 형태의 한복을 밑단이 넓게 퍼지는 A-line 형태로 바꾸어 디자인하였다. 변형된 한복의 실루엣은 키가 작은 한국인의 체형적 결함을 보완해 주었기 때문에 미스코리아, 정관계인사, 연예인들을 위한 한복으로 만들어졌다. 디자인의 현대적 시도 뿐 아니라 전통바느질 기법을 꾸준히 연구하기도 한 이리자 선생은 100여회에 결친 한복 패션쇼를 통해 국내에서는 한복 붐을 일으켰으며, 해외에서는 ‘코리아Korea'를 알리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그림·자수·금박을 한복에 입히다.
1960년대 후반부터 외교활동의 다각화로 국제회의에 한복을 입고 참석하는 자리가 많아졌다. 우리 옷의 국제화를 고민하던 이리자 선생은 자신이 어렸을 때 보았던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이 입은 스커트를 응용하여 치마 밑단이 퍼지는 A-line 치마를 개발하게 되었다. 치마가 풍성하고 길어지면서 저고리 길이는 자연히 짧아지게 되었고. 그로 인해 일상복이었던 한복은 예복으로서의 기능이 두드러지게 되었다. 197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색동, 금박, 아플리케 등의 화려한 디자인에서부터 자수, 그림, 먹그림, 흑색배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디자인적 요소가 가미되어 한복은 패션화, 고급화의 길을 걷게 되었다.
특별한 만남, 특별한 옷
이리자 선생은 프란체스카, 이순자, 이희호, 권양숙 여사와 각국의 대사부인들을 위한 특별한 한복을 디자인하였다. 영부인 의상은 신체적 특징을 고려하여 색상과 문양에 특히 신경을 썼고, 긴 숄shawl을 만들어 공식적인 자리에서 손 처리가 힘들 영부인을 배려하기도 하였다. 국외를 순방할 때는 그 나라와 민족이 좋아하는 분위기와 행사의 성격에 맞춘 디자인으로 한복의 미를 뽐내었다.
조각옷 속에 담긴 긴 세월의 이야기
2000년대 접어들면서 이리자 선생은 조각천을 활용한 한복 디자인을 시작하였다. 지금까지 한복을 만들며 모아두었던 조각조각의 천들을 실로 엮으며 병마와 싸울 수 있는 힘을 얻는 시기였다. 병으로 인해 힘이 없는 중에도 작은 조각을 이어 붙여 한 벌의 새로운 작품을 만들었다. 때문에 조각천 한복에는 지금까지의 디자이너 이리자의 긴 삶의 이야기가 베어 있다.
이번 전시는 우리나라의 산과 들에서 볼 수 있는 꽃과 동식물 등을 문양화한 한복, 천연 재료로 만들어 낸 우리 전통 색상을 담은 한복, 매듭·자수기법의 한복 등을 자연의 분위기에서 느낄 수 있도록 전시공간을 꾸몄다.
또한 우리 전통 한복의 아름다움을 체험하는 ‘입어보고 싶은 한복’, ‘만들어보고 싶은 한복’을 터치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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