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차 .야생화

눈까지 즐거워지는 향긋한 우리꽃차

아기 달맞이 2010. 1. 30. 00:24

손을 뻗치면 닿을 만한 높이에서 하늘을 온통 덮어 버릴 것처럼 수북이 매달린 벚꽃 송이들. 바람이 한번 불어 눈발처럼 꽃잎을 날리고 연초록 잎사귀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꽃잎 지듯 그렇게, 짧아서 더 아쉬운 이 봄도 질텐데…. 나른한 오후, 차 한 잔속에 봄을 잡아두고 싶다.
PART 1 꽃차의 달인 송희자 씨에게 듣는 우리 꽃차 이야기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로 유명한 담양. 그 길 너머 남실대는 봄꽃 향기 밟으며 찾아간 곳 ‘머루랑 다래랑’. 찻집 옆으로 난 아담한 밭에는 이름 모를 나무마다 봄꽃이 만개했다. 그곳에서 차로 쓸 꽃을 따고 있는 송희자 씨(44)를 만날 수 있었다.
서울토박이인 그가 꽃차와 인연을 맺은 건 15년 전, 혈압으로 쓰러진 시어머니를 보살피기 위해 시골행을 감행하면서부터다. 시골에 지천으로 널린 꽃을 보고 한 잎씩 따먹어도 보고, 말려도 보고, 덖어도 보고, 꿀이나 소금에 재워도 보면서 우리 꽃차에 대한 각별한 사랑이 시작됐다.
“꽃 중에는 독성 때문에 먹어서는 안 되는 꽃도 있어요. 하지만 그에 관한 기록이나 정보가 없으니 일단 제가 먹어볼 수밖에요. 앞니로 잘근잘근 씹어 삼키면, 꽃의 향과 맛을 알 수 있어요. 독성 강한 꽃까지 10년이 넘도록 가리지 않고 맛을 봤더니, 이제는 혀끝이 마비된 것 같아요.”
실제로 우리 산야에서 나는 꽃은 95퍼센트 이상이 다 차로 마실 수 있지만, 몇 가지 독성 강한 꽃이 있다. 예를 들어 제주도에 피는 유도화라는 꽃은 옛날에 사약으로도 쓰였을 만큼 독성이 강하다.
송씨가 이토록 꽃차에 관심을 쏟게 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스물여섯에 자살을 기도하며 먹은 약의 후유증으로 위가 망가진 것. 술과 인스턴트음식을 먹지 못하다보니 자연식을 찾게 됐고, 결국 꽃차까지 오게 됐다. 그래서 꽃차를 파는 작은 찻집을 열고, 사람들에게 입소문이 나고 그러다보니 더 많이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공부하고 조사하고 그렇게 전문가가 됐다. 그가 수집한 정보를 모아 <마음 맑은 우리꽃차>(아카데미 북)라는 책도 펴냈다.
그 과정에서 꽃차에 관한 정보를 찾기 위해 꽃차에 관한 내용이 조금이라도 실려 있는 모든 고문헌을 뒤지기도 했다. 체계적으로 정리된 책도 없고 여기저기 정보가 흩어져 있어 그 정보를 모으는 일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옛 문헌을 통해 얻은 재미있는 정보 하나. 옛날에는 꽃차를 마실 수 있는 사람이 너무나 한정적이었단다. 유실수는 꽃을 따면 열매가 안 열리기 때문에, 꽃에는 독이 있으니 먹지 말라고 하며 양반들만의 전유물로 꽃차를 즐겼다고 한다. 좌식생활을 하며 바깥출입이 거의 없는 여성들이 변비치료제로 꽃차를 이용했다는 기록도 있다.
“우리 꽃차가 바로 우리의 허브차거든요. 서양의 허브차는 이로운 점들이 많이 소개되면서 찾는 사람도 많은데, 우리 꽃차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차에는 그 나라의 독특한 향기가 배어있거든요.” (실제로 우리 꽃차를 마셔보니,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상쾌함이 찻잔 속에 녹아있는 듯했다.)
그런데 요즘 꽃을 식용으로 쓰면서 잘못된 정보가 매스컴을 통해 소개될 때는 아쉬운 점이 많다. 가령 매화꽃은 날로 먹을 경우 쓴 맛이 아주 강한데 그 쓴 매화를 몇 송이씩 김밥에 넣는다든가, 여러 가지 꽃을 넣은 비빔밥에 초고추장을 넣어 먹는다든가 하는 모습이다. 고추장으로 비비면 그 자극적인 맛 때문에 꽃향기를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떤 꽃은 그냥도 먹을 수 있고 또 어떤 꽃은 반드시 익혀먹어야 되는 등 나름대로의 주의사항을 지켜야 한다고 덧붙인다.
이렇게 꽃차에 관한 한 전문가인 송씨는 농촌 마을에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한 사업가이기도 하다. 꽃차를 만들기 위해 부근 3개 마을 노인들에게 꽃을 가꾸는 요령과 채취하는 방법을 가르쳐 작목반을 만들고 그곳에서 생산된 꽃차는 그가 전량 수매한다.
PART 2 꽃차, 오감으로 즐긴다
<봄꽃으로 꽃차 직접 만들기>
눈으로 보기에 아름답고, 그 향기를 마시니 감미롭고, 덤으로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우리 꽃차를 직접 만들어보자. 요즘 흔하게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개나리나 진달래, 벚꽃도 훌륭한 꽃차의 재료가 된다. 우리 산이나 들에 피어있는 꽃은 대부분 차의 재료로 쓸 수 있는데, 꽃 중에서도 특히 막 피기 시작한 꽃이 가장 좋다. 지나치게 핀 꽃은 꽃이 덜 예쁘고 벌레 같은 이물질의 침입을 많이 받는다고. 또 미처 피지 않은 꽃봉오리는 풋내가 나고 향기와 맛도 떨어진단다.
꽃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화분에 기르는 것. 제비꽃이나 민들레 등을 집에서 길러본다. 어린 자녀가 있는 집에서는 식물 교육 효과도 톡톡히 볼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꽃을 키워 직접 꽃차를 만든다면 그 향기가 더욱 각별하지 않을까?
봄꽃은 주로 작은 꽃들이 많다. 꽃잎도 얇아서 꿀에 재우면 녹아 없어지기 쉬우므로 말리는 것이 가장 좋다. 꽃을 따서, 그대로 그늘에 말렸다가 다 말랐다고 생각되면 한 시간 정도 강한 햇볕에 내어 말려, 혹시라도 남아있을지 모를 습기를 완전히 제거한다.
이렇게 다 말린 꽃차는 밀봉해 보관하는데, 비닐 팩에 두 번 정도 포장해 외부의 냄새와 섞이지 않도록 주의한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이렇게 밀봉해 냉동실에 보관하는 것.
꽃차를 만든다고 화원에 파는 꽃을 사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화원에서 파는 꽃은 관상용으로 키운 것이기 때문에 다량의 약품 처리를 거친다. 산과 들에서 딴 꽃이나 집에서 가꾼 꽃이 적당하다. 만일 오염이 걱정된다면, 차를 마실 때 첫물은 따라내고 두 번째부터 마시면 된다.

<꽃차 마시는 요령>
꽃차를 마실 때는 물은 5분 이상 끓여서 사용한다. 물이 뜨거울수록 꽃이 예쁘게 피어난다. 꽃차는 먼저 시각으로 다가오고 후각을 거쳐 미각으로 마무리 되는 묘미를 즐길 수 있다. 맨 처음 꽃차를 우릴 때는 말랐던 꽃이 확 피어나는 그 아름다움으로 마시고, 두 번째는 그윽함으로 세 번째는 빛바랜 아름다움으로 네 번째는 순수함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자연을 마신다고 생각하란다. 녹차를 우려 마시듯, 여러 번 우리면서 그 다양한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꽃차를 음미하는 요령이라고. 다 마시고 난 꽃은 얼음을 얼릴 때 활용하거나 목욕할 때 입욕제로 이용할 수 있다.

<송희자 씨가 추천하는 봄 향기 가득한 우리꽃차>
건강을 생각해 커피대신 녹차나 기타 대용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은데, 각각의 종류마다 그 효능도 다양한 꽃차를 추천하고 싶다. 특히 몸이 찬 사람은 녹차보다는 꽃차가 제격이다. 이 봄에 어울리는 꽃차를 소개한다.

도화차(복숭아꽃차) : 옛날 양반댁 여인들이 즐겨 마셨다는 도화차는 특히 여성에게 좋다. 변비에 효과적이고 피부 미용에도 좋기 때문. 향기는 물론 마른 꽃을 보고 있으면 어쩜 이리도 색이 고울까 감탄하게 한다. 나뭇가지에 꽃으로 피어있을 때보다 말렸을 때 색이 더 고와지고, 이것을 차로 우리면 색이 옅어지며 다시 피어나는 모양새에 절로 입이 벌어진다. 마실 때는 찻잔에 복숭아꽃 3~5송이를 넣고 끓는 물을 부어 30초 정도 우려낸다. 이때 녹차도 몇 잎 함께 넣어 마시면 더욱 좋다.

매화차 : 매실이 몸에 좋은 건 아는 사람이 많지만, 매화꽃이 매실 영양 성분의 결정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매화차는 갈증을 해소하고 숙취를 없애며 기침과 구토 증세를 다스리는 데 효과가 있으며, 신경과민으로 가슴이 답답하고 소화가 잘 안되며 목안에 이물질이 걸려있는 것 같은 증상에도 도움을 준다. 매화를 생으로 그냥 먹기엔 너무 맛이 쓰지만, 차로 우리면 향긋한 내음이 혀끝에서 녹아든다. 꽃의 향기가 좋고 맛있어서 꽃얼음 만들기에도 좋은 재료. 마시는 방법은 매화꽃 2~3송이를 찻잔에 넣고 끓는 물을 부으면 끝.

목련차 : 아파트 단지나 정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목련. 한방에서는 백목련과 자목련의 꽃봉오리를 신이(辛夷)라 하여 약재로 쓰는데, 백목련은 맛이 그윽하고 은은하여 차의 재료로 최상이라고 한다. 주로 알레르기 비염, 축농증, 코막힘, 두통에 사용하며, 혈압을 내리는 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단다. 목련차를 만들 때는 봉우리채로 깨끗이 손질해 설탕에 겹겹이 재우든가, 소금물에 겉을 살짝 담갔다가 물기를 닦고 말리는 방법이 있다. 이때 사람의 체온이 꽃에 닿으면 색이 갈색으로 변하기 쉬우니 주의해야 한다.

찔레차 : 한국의 토종 장미 찔레꽃. 5월이 되면 전국의 산야를 하얗게 혹은 붉은빛으로 수놓는 찔레는 그 향기가 남달라 향수의 재료로도 사용된다. 꽃차로 마시면 당뇨에 좋고 이뇨 효과도 있다. 찔레꽃은 말려서 사용해도 되지만, 꿀이나 설탕에 재워서 마시는 것이 더 감미롭다. 찔레꽃은 점액질이 많아서 손으로 따기 보다는 가위를 사용해 손질하고, 꿀이나 설탕에 재우고 한 달 정도가 지나면 차로 먹을 수 있다. 재워놓은 찔레꽃을 한 스푼 정도 찻잔에 덜어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시면 그 감미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

백화차 : 100가지 꽃을 사용했다 해서 백화차라고 하는데 꽃에 따라 햇빛이나 그늘에서 말린 것, 쪄서 말린 것, 꽃심을 제거하고 말린 것 등 다양한 꽃이 사용된다. 봄의 동백꽃과 매화로 시작해서 개나리, 진달래 온갖 과일나무의 꽃과 긴 여름의 붉은 홍화, 가을의 노란 국화, 겨울의 문턱 녹차꽃으로 마무리하는 등 사계절의 꽃이 모두 모여 있어, 가히 꽃차 중의 꽃차로 손꼽힌다.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해 피로회복과 혈액순환, 피부미용, 면역기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차다. 백화차 1~2티스푼을 찻잔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1~2분 정도 우려내어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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