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재처럼

곱고 세련된 코리아니즘 “원더풀”

아기 달맞이 2010. 1. 12. 02:56

中·日 오리엔탈리즘과 격 다른 아름다움 … 이국적 취향 넘어 서구지역 전방위 인기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서울 소격동 길모퉁이에 자리잡은 고졸한 한옥 ‘효재’의 문은 늘 열려 있다. 그래서 경복궁에 들렀던 외국인들이 대문 사이로 호기심 반짝이는 눈길을 건네곤 한다.

집주인이자 한복 디자이너인 이효재 씨는 그런 외국인들에게 온돌방에 앉으라고 권한다. 한옥에 들어선 외국인들은 오방색 한복과 한국 전통 이미지 등 ‘코리안 이미지’의 아름다움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중국과 일본 중심의 오리엔탈리즘과 분명한 차이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중국과 일본이 동양 문화를 대표하게 된 데는 정치, 역사적 이유가 존재하죠. 중국은 압도적인 규모 덕분에, 일본은 서양인들이 ‘미니멀리즘’으로 이해하는 절제미 때문에 눈길을 끌어요. 반면 한국은 삶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만 보이는 ‘깊이의 문화’를 갖고 있어요. 오래 묵은 음식처럼, 이방인이 첫맛에 느끼긴 어렵죠. 최근에 현대적 트렌드의 하나로 그 가치가 알려지고 있어요.”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 씨의 작품들. 옛것을 답습하지 않는 새로운 코리안 이미지를 만든다.

그녀는 한국의 기생을 소재로 한 드라마 ‘해어화’를 기획하던 중에 오리엔탈리즘과 일본 문화에 경도된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게이샤의 추억’을 보고 “너무 억울했다”고 말한다. ‘효재’는 내년 뉴욕 맨해튼 소호에 한국의 의식주를 소개하는 매장을 낼 예정인데, ‘코리안 이미지의 상업적 가능성’을 주목한 현지 기획자들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코리안 이미지로 모델 ‘혜박’(본명 박혜림)과 한혜진을 빼놓을 수 없다. 부동산 재벌 트럼프가 운영해서 유명해진 트럼프 에이전시 소속의 혜박은 2005년 뉴욕 컬렉션 무대에 등장하면서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샤넬과 프라다의 모델로 발탁돼 모델 순위 50위권(31위)에 들었고, 한혜진은 중국계 모델 두 주앙과 함께 구찌의 ‘오리엔탈 헤로인’이란 찬사를 받으며 스타덤에 올랐다.

체격이 서구의 모델들과 비슷한 두 모델에게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얇은 쌍꺼풀이 특징적인 한국 사람의 얼굴이다. 높은 코에 큰 쌍꺼풀을 가진 연예인들 사이에서 신윤복 그림에서 걸어나온 듯한 혜박과 한혜진 두 사람의 얼굴을 보고 있자면, 우리가 원래 저렇게 생겼었지 하는 생각이 든다. ‘코리안 루킹(Korean looking)’은 그들이 세계무대에서 각광받는 가장 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