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재처럼

이효재, 그가 어울려 사는 비법

아기 달맞이 2009. 11. 9.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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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도 신문도 컴퓨터도 없다

 

 

이효재는 '거꾸로 걷는 사람'이었다.

모두가 한 방향을 바라보며 누가 더 빨리 뛰는지 경쟁하고 있을 때 홀로 반대 방향으로 천천히 걷는 사람과 같았다. 6일 오전 서울 성북동 길상사 앞의 한복집 '효재' 2층에 자리잡은 그의 작업실은 여느 살림집과 비슷해 보였다.

이효재를 기다리는 동안 선비책궤를 이용한 실 수납함, 떡판을 활용한 티테이블, 마당에 널어놓은 고추와 옥수수가 마음을 평온하게 했다. 그의 거실에는 TV가 없었다. 신문도, 컴퓨터도 없었다.

"아,예. 선생님, 저는 내일까지 80벌을 만들어야 해서 전쟁이에요.

우리집 구경하는 걸 사람들이 재미있어해. 다른 집에 다 있는 똑 같은 브랜드의 TV도 없지, 어느 집이나 있는 쇼파도 없지…. 남이 버린 것도 주워와서 옆에 두고 '이걸 어쩌지' 하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쓰지요."

이효재는 TV나 신문을 안 보고 사니 머리가 편하다고 했다. 다른 사람 험담할 일도 없다. 자신이 나온 부분만 겨우 모니터를 하고, 신문에 원고를 보낼 때에도 직원이 대신 이메일로 보내준다. 나뭇가지에 풍경을 달고, 낚시줄에 꽃병을 달아 놓는다. 아침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 일만 하지만 그의 얼굴은 맑기만 하다. 살림을 짐처럼 여기는 주부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없을까.

"주부에게도 때가 있어요. 루이비통 가방을 사고 싶어서 마음이 거기에 빼앗겨 있으면 내가 하는 말이 다 헛된 말 같지. 요즘 내 사랑은 기다려 주는 것이에요. 처음엔 못 기다리지만 사랑이 생기면 기다려주거든요."

이효재의 남편은 기인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 임동창이다. 이효재는 몇 달씩 남편이 집을 비워도 바느질을 하며 묵묵히 기다린다. 살림에 취미를 붙인 것은 남편 때문이 아니고, 어려서부터 '오물딱 조물딱' 무엇인가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이효재는 인터뷰 말미에 "국수 불겠다. 명절 끝 첫 손님이라 말아봤는데 불기 전에 먹어야 해요. 이 해초국은 젓가락으로 먹도록 '디자인'했어요. 남기지 말고 먹어요"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이 오십이 되니까 욕심이 없어져요. 서두를 것도, 서운할 것도 없어요.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해놓고 삐지잖아요? 그 고비를 넘기면 평화인데. 세번만 생각하면 되요. 처음 좋아했던 내 안목을 믿으면 되요. 우리는 동물이라 탁월한 감각을 갖고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