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다(行茶)는 차의 정신을 풀어내는행위술이다
- 차생활은 실천 미학
차 생활은 단순히 차를 우려내는 일만은 아니다.
차생활을 하다보면 차를 우려내거나 담아 내는 다기로써 도자기와
찻그릇을 올려놓는 찻상이나 다반같은 목기,
다실의 분위기를 위 해 장식하는 서화(書畵)나 음악,
꽃을 꽂는 화기(花器) 등 찻일(茶事)에 쓰이는 갖가지 도구에 관심을 갖게된다.
더 나아가서 정원의 나무 한 그루, 이끼 낀 작은 돌, 풀 한 포기가 만 들어내는 조형이나
놓여진 섬돌 하나에서도 감동어린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에게 관심을 갖게 하는 이 모든 것들은 미의 추구를 위한 요소들로써 그 목적이
단순히 감상에 있다기보다는 일상생활 속에서 아름다움을 경험하는데 있다.
그것은 단지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직접 체험하는 것이다.
차생활은 정적인 미가 깃든 동적인 미를 추구한다.
그것은 운동 속에서의 미다.
한 벨기에 사람은 어느 다인 집(다가연 차회 김용술님 댁)에 초대되어 차를 대접받고 귀국한 후
다음과 같은 글을 보내왔다.
"""정갈한 숲의 향을 우리는 마셨다.
창호지와 간결하고 명확한 몸짓으로 우려내는 차.
한 손 밑의 다른 손... 손가락 마디 마디... 물이 흐르고, 부드럽고 분명하게 따라진다.
그런 폭포수... 시원한 도자기의 그 멋! 세 번에 나누어 마시는 행위가 계속된다.
그릇들이 묵묵히 이동한다.
그런 호흡... 환대하는 분위기 속에서의 그 특별한 맛! 이 추억이 얼마나 근사한지!! """
그 외국인은 ‘차내는 일’에서 동양정신이 담긴 정중동(靜中動)의 미,
즉 고요함과 인체의 동선이 함께 어우러진 선(線)의 미학을 본 것이다.
차 생활은 일상 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행위 예술이고
차와 관련된 주변 문화를 동시에 체험하는 종합적 실천미학이다.
또 차 생활을 통해 공예문화 즉 도자기나 목기,
다실의 분위 기를 돕기 위한 민예품 등에 대한 이해와 안목을 높일 수 있다.
차는 시(詩),서(書),화(畵)의 세계까지 정신적 눈의 영역을 확장시켜준다.
따라서 차 생활은 종합문화체계이면서 미의 나라로 들어가는 관문이라 말할 수 있다.
일 상 속에서 아름다움을 경험하는 차생활을 통해 미의 나라로 들어가는 우리는
다시 착함의 세계로, 착함의 세계에서 참됨의 세계로,
참됨의 세계에서 경건함의 세계로의 여정을 거치게 된다.
왜냐하면 아름다움의 극치는 착함과 참됨과 경건함과 한 가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여정을 통해 眞(학문), 善(윤리), 美(예술), 聖(종교)이라는 조화로운 전인적
인격을 만들 어 가는 것이다.
차의 정신은 한 인격이 삶에 생기와 빛을 주는 아름다움을 체험하면서 자기 성찰을 통해
얻어내는 조화의 마음이다.
개인적으로는 치우침이 없는 인격의 조화이고 사회적으로는 너 와 나의 어울림이며
더불어 살려하는 상생(相生)의 정신이다.
자연을 통해서는 질서와 이치를 배우고 자연과 인간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이해하고 몸에 익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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