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회장은 한의사였던 부친의 유언에 따라 경희대 한의대 전신인 동양의약대학에 입학, 약재 분야를 중점적으로 연구한 뒤 한의사가 됐다. 그는 한의사 생활을 하면서 짬이 날 때마다 암석, 우표, 화폐, 식물 표본, 목각 인형, 담배 등을 수집하러 돌아다녔다. 자신의 힘으로 ‘자연사 박물관’을 세워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난 50년간 수집한 물품만 42종 1만5000여 점이나 된다.
이 때문에 김 회장은 본업인 한의사보다는 광물 전문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현재 한양대 광물학과 겸임교수와 한국운석광물연구소장, KBS 프로그램 ‘진품명품’ 감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운석 및 광물, 보석 감정 분야에선 국내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다.
김 회장이 수많은 수집품 가운데서도 특히 ‘차’에 애착을 갖게 된 것은 차가 일반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뛰어난 약리 작용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부터였다. “자연사 박물관 건립을 위해 세계 각지의 식물 표본을 모았습니다. 차도 식물 표본의 일부였지요. 차 표본을 분석하던 중 기침과 복통 등 흔한 생활 질환은 물론 고혈압 비만 당뇨 등 성인병에도 탁월한 효능을 갖는 차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확인하고 놀랐습니다. 일부 차의 경우 향과 맛을 즐기는 단순한 ‘음료’의 수준을 넘어서 한방 약재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무엇보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비용도 저렴하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지요.”
그는 “국민 건강을 위해서는 차 문화가 확산되어야 한다”는 믿음을 갖게 됐고 이후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차 수집에만 전념했다. 차 원산지인 중국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숱하게 드나들었다. 희귀한 차가 있다는 얘길 들으면 아프리카와 남미 오지 방문도 주저하지 않았다.
이런 김 회장의 열정 덕분에 티지움에는 그동안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진기한 차들이 즐비하다. 티지움에서 맛볼 수 있는 차는 대략 200여 종.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화차(花茶)만 해도 40여 가지에 달한다. ‘드래건볼 재스민 화차’ ‘낙신 화차’ ‘재스민 선도화차’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이 원산지인 드래건볼 재스민 화차는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 백일홍을 싼 재스민의 모습이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는 모습과 흡사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뜨거운 물에 넣으면 재스민 잎이 꽃이 피는 듯 풀어진다. 낙신 화차는 독특한 맛으로 유명하다. 낙신은 1년생 초본 식물로 1.5m까지 자라며 8~9월에 꽃이 핀다. 이 차는 꿀을 넣어 마시는데 낙신화의 새콤한 맛이 꿀과 어우러져 새콤달콤한 맛을 낸다.
“흔히 차와 다도(茶道)라고 하면 중국 일본 한국 등 동아시아에 국한된 문화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도 질병 치료를 위한 민간요법으로 다양한 차를 음용하고 있습니다. 케냐에는 720여 종, 짐바브웨에는 300여 종의 차가 있습니다.”
티지움에서는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지의 희귀한 차도 마실 수 있다.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차로는 ‘허니부시’가 꼽힌다. 허니부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 인근에 서식하는 식물 ‘사이클로피아’의 말린 잎 꽃줄기가 원료다. 오렌지의 달콤한 향과 함께 꿀맛이 나서 허니부시라고 불린다. 커피 원산지인 남아메리카의 차로는 ‘라파초’가 있다. 라파초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페루에 서식하는 나무의 속껍질을 말려 달인 차다. 남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많이 마셔 ‘잉카의 차’라고도 불린다.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며 카페인이 없다.
인도의 ‘마살라이차이’는 서남아시아의 대표적인 차로 꼽힌다. 인도 차와 계피 정향 후추 생강 감초 등을 혼합한 것으로 독특한 향이 나며 소화 불량과 위궤양에 효과가 있다. 난초향이 나는 ‘케냐 홍차’, 오렌지 맛과 유사한 ‘네팔 홍차’, 뒤끝이 깔끔한 태국의 ‘연지 우롱차’등도 유명하다.
김 회장의 차 사랑은 ‘수집’에만 그치지 않는다. 약학을 전공한 부인과 함께 최근 한국인의 체질에 맞춘 ‘맞춤형 차’도 개발했다. 어린이를 위해 ‘동의보감’의 총명탕 처방을 응용해 솔잎과 백년초·대만 우롱차를 배합한 ‘총명차’를 만들었다. 체지방 분해와 변비 치료에 좋은 ‘변비차’를, 당뇨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해 뽕나무 잎과 녹차를 혼합한 ‘그린 라이프’를 만들었다. 빈혈과 월경불순이 있는 여성을 위해서는 당귀와 어성초·다르질링 홍차를 배합한 ‘여인 천하차’도 내놨다. 이 밖에도 위장에 좋은 ‘굿모닝차’, 고혈압과 노화방지에 좋은 ‘혈강차’, 검버섯과 기미에 좋은 ‘배독차’ 등 10가지 차가 김 회장의 ‘작품’이다.
김 회장의 박물관에 전시된 1600여 종류의 차 외에도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차가 있다. 그렇다면 김 회장은 어떤 차를 좋은 차로 꼽을까. 그는 단정적으로 어느 것이 더 좋은 차라고 평가하지 않는다. 희소성과 품질보다는 개인적 취향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 꾸준히 차를 마시는 습관 또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