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시한편으로 하루를 시작해볼까요

아기 달맞이 2009. 9. 1. 07:38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 김용택

 

  

이별은 손 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 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 데서 피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 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