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라이너 마리아 릴케 시 두편입니다

아기 달맞이 2009. 8. 25. 09:09

인생이란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인생이란 꼭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그냥 내버려 두면 축제가 될터이니.

길을 걸어가는 아이가

바람이 불때마다 날려오는

꽃잎들의 선물을 받아들이듯이

하루하루가 네가 그렇게 되도록 하라.

 

 

꽃잎들을 모아 간직해두는 일 따위에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제 머리카락 속으로 기꺼이 날아 들어온
꽃잎들을 아이는 살며시 떼어내고,
사랑스런 젊은 시절을 향해
더욱 새로운 꽃잎을 달라 두 손을 내민다.

 

 

 

 

         가을날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아주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놓으시고
         벌판에 바람을 놓아주소서

         마지막 과일들을 결실토록 명하시고
         그것들에게 또한 따뜻한 이틀을 주시옵소서 
         그것들을 완성으로 몰아가시어
         강한 포도주에 마지막 감미를 넣으시옵소서

         지금 집없는 자는 어떤 집도 짓지 않습니다
         지금 외로운 자는 오랫동안 외로이 머무를것입니다
         잠 못 이루어 독서하고 긴 편지를 쓸것입니다
         그리고 잎이 지면 가로수 길을
         불안스레 이곳저곳 헤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