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셨어요? 산 비탈길 파란 보리밭. 그게 저희가 농사짓는 보리밭이에요.” 확인 차 나가 보니 털을 까실까실하게 세운 보릿대가 햇볕에 여물고 있다. 누렇게 익어 상에 오르려면 아직 한 달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보리뿐 아니라 비벼먹는 채소들도 요 앞 텃밭에서 기른 거구요, 된장도 다 메주 쑤어서 직접 담근 거예요.” 주인집 둘째 며느리가 옥상 위 까만 장독대들을 가리키며 말한다.
간판을 걸고 ‘보리밥집’으로 장사를 시작한지는 올해로 딱 30년째다. 하숙집을 운영하며 외지인들 밥해 먹이고, 오가는 나그네들 한 두 끼 해 먹여온 것까지 치면 그보다 10년은 더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 6000원하는 보리밥을 500원에 팔던 시절이다.
“반찬이라는 게 따로 정해진 게 없었어요. 자급자족 하던 시절이니 텃밭에 심은 채소가 자라는 순서대로 상위에 올라가는 거죠. 지금은 텃밭 채소랑 사온 채소를 섞어서 써요. 많을 땐 하루 400명씩 손님이 찾아드는데 텃밭 야채만으론 어림도 없거든요.”
백김치와 열무김치·된장찌개 3인방을 필두로 콩나물·곤드레 나물·취나물·콩가루에 보슬보슬 무친 부추나물 등 비빔나물만 11가지다. 생야채가 아닌, 한번 데쳐서 양념을 한 나물반찬 위주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보리밥 위에 고명처럼 올린 찐 감자다. 직원이 일러준 대로 숟가락으로 꾹꾹 으깨 밥이랑 비벼보니 보리쌀알이 잘 흩어지지도 않고 제법 뭉친다. 한마디로 접착제 역할이다.
단종의 묘인 '장릉' 근처에 위치하다보니 손님의 대다수는 외지 관광객들이다. 하지만 한번 찾고 ’안녕‘하는 뜨내기손님이 아니라, 돌아가 맛있다며 지인을 데리고 다시 오는 손님이 태반이다.
살던 집을 개조하고, 확장해 만든 식당이라 투박한 부엌살림도 죄다 옛날 할머니 집에서 보던 것 마냥 친근하기만 하다. 묵채 6000원, 더덕구이 1만3000원, 두부구이 6000원. 10시 30~20시까지. 033-374-3986
■ 주인장의 보리밥 레시피 (보리:쌀=6:4)
“직접 지은 탱글탱글한 보리쌀에 포슬포슬한 강원도 감자 한 덩이를 고명으로 얹어내는 보리밥이 우리 강원도식이예요.”
겉보리를 먼저 삶은 후 찬물에 헹궈, 쌀과 미리 쪄둔 감자를 넣고 다시 밥을 짓는다. 단체손님이 오거나 손님이 한꺼번에 몰리는 주말에는 무쇠 가마솥에 100인분씩 밥을 짓는다.
손님이 뜸한 평일에는 냄비로 30~40인분씩만 밥을 짓는다. 가마솥에 지은 밥이 확실히 맛이 있지만 미리 해두면 쉽게 퍼지고 시간이 지나면 쉰내가 나기 때문이란다. 손님 수에 따라 밥 짓는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관건이다.
■ 백년 노하우
시골 외할머니네 놀러 온 듯 편안한 분위기가 강점. 보리밥집에서 느끼고자 하는 맛과 멋을 두루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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