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 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 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도종환
도정환의 시를 음미하면서 오늘 하루 시작합니다
불꽃드림
'$cont.escTitle >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은 연주하는 음악처럼... (0) | 2009.06.11 |
---|---|
누구나 살면서 어느날 문득 (0) | 2009.06.11 |
누구 탓을 하지 마라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진다. (0) | 2009.06.10 |
지금 하십시요... (0) | 2009.06.09 |
세상을 보게 해주는 창문. (0) | 2009.06.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