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염색

천연염색 김영자씨

아기 달맞이 2009. 4. 30. 08:35

 

여수 돌산대교를 넘어서 무술목 유원지 건너편에 삶에 색을 입히는 여자 김영자씨의 천연염색 전시관과 갤러리의 모던한 공간 햇살가득한 집이 자리하고 있다. 그녀는 사업가이자 예술가로 독창적이며 독자적인 자신의 세계를 구축한 신지식인이다.

 

그녀가 사업가의 길을 걷게 된 것은 12년 전으로 3만 원짜리 광목 원단 한필로 시작되었다. 재봉틀한대로 시작한 일이 운이 좋았는지 불교용품이나 다도용품으로 만든 물건들이 잘 팔려서 사업규모를 늘려 나갈 수 있었다. 지금생각하면 일이 재미있었다는 김영자씨는 다시 한 번 처음으로 되돌아가라고 해도 사업만은 자신 있단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고 그로인해 IMF도 수월하게 극복할 수 있었다.

 

(천연염색 전시관과 함께 붙어있는 김영자씨 개인 갤러리. 아직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건물 인테리어에 소품까지 직접 자신의 손으로 꾸민

네추럴한 갤러리 공간-출입문도 특이하다.)

 

자연에서 색을 얻는 여자, 씨줄과 날줄이 엮어놓은 하얀 천에 인생의 파노라마와 같은 색을 염색하는 그녀는 쾌활한 외모처럼 청량한 기분을 전달해준다. 천연염색 작품 전시관인 햇살가득한 집에 전시된 천연염색 제품들은 다포나 불교용품 뿐만 아니라 정통문양과 색으로 만들어진 생활소품에서 개량한복까지 다양했다. 어머니가 비단 한복집을 운영했던 탓인지 어린 시절부터 바느질과 재봉을 자연스럽게 몸에 익히게 되었다는 김영자씨. 마치 바느질과 천을 만지는 것이 숙명처럼 되어버렸는지 그녀는 천을 꿰매고 자르고 만드는 것을 무엇보다 좋아해 작품을 만들고 디자인을 시작한 것이 어언 20년 정도 되었다한다. 불교신자인 그녀에게 불공과 기도는 새로운 작품의 모티브나 아이디어까지 제공해준다.

 

 

그녀가 좋아했던 일이 사업이 된 계기는 평소 디자인과 재봉으로 소일을 했던 김영자씨가 때마침 도자기 공부를 시작했고 도자기와 병행해 다도를 익히다보니 다포를 사용하게 되었는데 그녀 마음에 쏙 들게 예쁜 다포가 없었던 당시 스스로 만들어야겠다.. 라는 생각으로 만들기 시작했는데 가까운 지인들로부터 호응을 얻게 된데서 비롯되었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 직업이 되었고 다포 멋을 살리는데 화학염료를 쓰다 보니 어쩐지 색이 붕 뜨는 것 같고 마음에 들지 않아 천연염색을 시작. 그렇게 그녀 삶에 색을 입히는 염색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었다. 어쨌든 간에 겁도 없이 덤벼든 염색, 정열적인 그녀에겐 즐거운 작업이었다.

 

염색을 시작한지 8개월 만에 해인사 국악 루에서 최초로 전시, 판매를 하게 되었다. 그 당시 천연염색 공예가 생소했던 때라 전시회는 큰 반응을 불러일으켰고 성공적 이였다.

 

 

(김영자씨의 '햇살가득한 집(전시관)' )

 

‘삶에 색을 입히는 여자 김영자’

 

천연염료는 5년 전까지만 해도 직접 채취했었다. 황토는 대량화 생산을 하고 있고, 염색용 식물은 직접 재배를 해서 채취하거나 한약재를 사오기도 한다. 컬러는 그 컬러를 빼는 사람 성격대로 색이 나온다고 김영자씨는 말한다. 10분 더 담가두면 보통보다 진한색이 나오고 다른 첨가제를 넣으면 또 다른 색이 나온다는 거다. 색이야말로 만드는 사람의 성격대로 나오는 정직한 성질이라는 게 김영자씨의 지론이다.

 

 

색은 다양했다. 한가지의 색이라 표현하기 힘든 심오한 색의 세계, 노란 색은 겨자, 밝은 노랑, 병아리색등 여러 가지고 회색도 코발트색이 들어있는 것, 어둡거나 밝은 색이 있듯 재료와 개인적 취향에 따라 얼마든지 색의 표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보기만 해도 다양한 색깔에 둘러싸여 살고 있는 김영자씨 “꽃 색이 예쁘더라. 진달래색과 노란색이 좋더라. 화사한 색을 좋아하면 늙었다고 하던데.....(웃음) 그래도 항상 봐도 질리지 않는 것은 회색이다. 회색은 모든 색의 중용이더라. 회색을 보면 편안하고 마음이 안정된다. 그러고 보니 여러 가지 색을 좋아하는 나는 다중성격의 사람인가보다.”라고 호탕하게 웃는 그녀는 밝고 명랑한 성격만큼 강단지고 딱 부러진 매력으로 똘똘 뭉쳐진 여성이다.

 

 

파란색을 얻기 위해 쪽을 심고 쪽을 발효시켜 얻는 리람을 얻는 과정....3~4월에 파종하면 7월에 이슬이 있는 새벽에 베어내 발효를 시킨다. 색을 얻어내는 과정은 신경을 많이 쓰는 작업이다. 황토는 찰지고 자갈이 없고 쫀득쫀득한 것을 구해야 하고 20가지가 넘는 황토의 색은 밤색, 노랑색, 핑크 갈색 등...여러 가지다. 치자나 홍화 등 색깔도 종류도 가지가지다.

염색하는 게 재미있었지만 지금은 염색보다는 천에 물들여 상품화하는 과정이 더 재미있다는 그녀는 중고가구를 리폼해서 패브릭 재품을 만들거나 갤러리에 전시할 정도로 예술성이 뛰어난 공예가이자 예술가이다.

 

 

그녀의 주제는 늘 자연풍경이다. 사람이 가지는 심성들, 그리움이나 고향 같은 분위기를 많이 살려내고 있다. 산도 매력 있는 주제다. 표현기법도 다양한데 주로 기형학적인 비구상 을 좋아해서 색과 모양 패턴을 분할하는 기법을 좋아한단다. 이는 우리 옛 여인들의 조각보등을 응용한 것인데 스타일이나 컬러 감각 등은 외국에서도 좋은 평을 듣고 있다. 어떤 이들은 몬드리안보다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해준다. 이는 패브릭상품을 떠나서 원단에 물감을 들여 콜라주기법이나 조각보기법을 사용하므로 엄연한 회화의 한 장르라 할 수 있다. 서울과 통일화랑에서 개인전 및 초대전을 가졌는데 액자작품 40작과 소품을 거의 판매하는 성적과를 거두었다. 패브릭에 대해 생소한 시대였기에 가능했다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그녀가 소유하고 있는 갤러리에 가득한 작품들은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자연을 닮은 여자.

 

 

“작품을 만들 때 내 마음을 담고 있다. 흐르고 있는 그때그때의 감성을 담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 내가 있는 그 자리이다. 내 작품을 보고 사람들이 따뜻한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다. 내 작품을 걸어두고 볼 때마다 편안하고 행복한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다. 나는 내 직업에 만족한다. 여자들이 디자인이라는 직업을 선택한다면 좋겠다. 창조적이고 여성의 재능을 가장 잘 표현하는 분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업가와 예술인의 영역을 넘나들며 자유로운 끼를 발산하는 김영자씨는 종업원들과 함께 경영하는 제조업을 이끌면서도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작품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변화를 좋아한다. 창조를 좋아한다. 지난 한해는 갤러리와 전시장을 리모델링하느라 한해를 다 보냈다. 한 작품을 끝내고 나면 또 다른 주제를 찾거나 한다. 그만큼 아직도 내 삶에 열정이 풍부하다.”

 

강단 있어 보이는 사업가이자 예술가이기도 한 김영자씨. 여성으로써 그녀는 우리들에게 삶은 어때야 한다는 공식을 보여주는 것 같다. 콩 삶아먹고 감자 삶아먹고 꽃과 나무를 가꾸는 자연속의 사람. 자연과 하나가 되는 사람, 자연 속에서 삶의 가치를 찾는 사람 그가 바로 김영자씨이다.

 

 

- 인터뷰를 끝내고 그녀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갤러리를 견학했다. 심플하면서도 자연과 조화를 잘 이룬 그녀의 공간...그리고 그녀가 사랑하는 그림과

함께하는 갤러리는 아름답고 우아한 컬러로 꾸며져있었다.-

 

-가까운 지인이 그린 회화와 절묘하게 어울리는 김영자씨의 작품은 천연염색으로 만든 작품으로 그대로 회화가 된다. 도자기와 그림 그리고 염색한 천으로 만든

김영자씨의 회화.-

 

 

-시종 유쾌하게 진행된 인터뷰를 끝내고 밖으로 나왔다. 데릴러오는 차를 기다리며 여름 날 오후의 햇살이 희미하게 부서지고 있는 저수지를 보았다.

김영자씨가 주는 유쾌함은 청량제처럼 시원하다. 자연을 닮은 그녀가 전해준....바람....그래...저 물위에 잔잔히 걷고있는 바람처럼....저 녹색의 나무들처럼

싱그럽고 자연스러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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