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재처럼

마음을 담아 보내는 예단 이야기^^

아기 달맞이 2009. 4. 29. 00:17

예단은 본래 한 집안의 며느리로 들어가면서 시댁 식구를 위해 정성스레 꾸려 보내던 선물. 그러나 요즘엔 신부들에게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만만치 않은 고민거리가 되어버린 것이 현실이다. 예단이 주는 사람에게도, 받는 사람에게도 ‘기쁜 선물’이 될 수는 없을까. 이를 현명하게 풀어갈 수 있도록 본래의 의미를 짚어보고 한복 디자이너 효재가 제안하는 예단, 리서치를 통해 알아본 요즘 경향, 전문가와 풀어보는 궁금증까지 예단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았다.

제 1장 한복 디자이너 효재의 아주 특별한 예단
수많은 신부의 예단 준비를 함께해온 한복 디자이너 효재. 그녀가 결혼을 앞둔 이들에게 친정 엄마의 마음으로 두런두런 들려주던 이야기를 이곳에 담았다. 본래의 의미를 함께 되짚어보고 효재만의 감각을 덧입혀 더욱 특별해진 예단 품목을 소개한다.

"마음은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보내는 것이라고 했어요.
받는 사람이 느낄 때 비로소 마음, 즉 정성이 되는 것이지요. 그러려면 품을 들여야 합니다."


옛날 사람들이 귀하게 여기던 것 중 하나가 바로 비단입니다. 시집가는 신부가 평소에는 애지중지하던 이 귀한 물건을 시댁에 드리던 풍습이 바로 예단의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예를 갖춰 시어른께 보내는 선물이었던 것입니다. 받는 쪽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형편이 어려워 못 바꾸고 살던 옷가지와 살림살이를 자식을 결혼시키면서 새롭게 장만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본래의 의미가 퇴색되어 예단이 탈도 많고 말도 많은 예민한 문제가 되어버렸습니다. 집안마다 가풍이 다르고, 사람마다 기준이 따르기 때문에 이것에는 정답이 없다고들 합니다. 그래서 결혼하는 모든 신부에게 늘 ‘어려운 숙제’로 다가오는 것이지요. 어렵게만 느껴지는 예단을 보다 현명하게 준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한복 디자이너 효재는 중요한 건 바로 ‘마음을 담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마음은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보내는 것이라고 했어요. 받는 사람이 정성을 느낄 때 마음이 제대로 전해지는 것이지요. 그러려면 품을 들여야 합니다. 현금만 덜렁 보내기보다는 예단비를 봉투에 곱게 싸고, 다른 선물도 색색의 보자기로 예쁘게 포장해 보내보세요. 이로써 선물에도 ‘격’이 더해져 받는 이에게 더 큰 가치로 다가가는 것입니다. 또 예단 품목을 고를 때도 품을 팔아야 해요. 아무리 간편하다고 해도 인터넷으로 손쉽게 구입하지 말고 손품, 발품을 들여 눈으로 보고 손으로 직접 만져보면서 정성으로 골라야 하는 것이지요.” 또 하나 그녀는 예단은 상대방이 받는 ‘선물’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라고 조언합니다. 가격대에 맞춰, 내 눈에 맞춰 고른 것은 결코 좋은 선물이 되지 못하겠지요. 특히 현물 예단에서 문제가 생기는 가장 큰 이유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인데, 이는 받는 사람의 취향에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어렵더라도 사전에 시댁 어른들이 원하는 품목을 상의하고 준비하는 것입니다. 이때 신랑이 양가 집안을 오가며 중간자 역할을 잘해내면 신부 입장에서는 이때만큼 신랑이 믿음직스러운 때도 없다고 합니다. 이 두 가지 원칙을 더하면 예단은 ‘마음을 담은 선물’이라 정의 내릴 수 있겠지요. 의미와 정성을 더해 가치가 느껴지는 예단이라면 분명 주는 이와 받는 이 모두에게 기쁨이 될 것입니다.

(오른쪽) 실용성에 예를 더한 예단비 봉투
실속과 편리함 때문에 현금 예단을 보내는 경우가 늘었는데 이때 예법에 맞는 포장법이 중요하다. 먼저 깨끗한 백지나 한지로 만든 속지와 봉투를 준비한다. 속지 위에 예단의 품목과 금액, 일시, 아무개 배상이라고 쓴 뒤 양 모서리를 안쪽으로 모이게 접은 후 안에 현금을 넣어 봉투에 담는다. 또 봉투의 입구는 봉하지 않으며 근봉謹封이라고 쓰고, 이것을 다시 청홍 보자기에 싼다.


(왼쪽) 놋합에 담은 예단 떡
예단을 전달할 때 신부와 신랑이 함께 들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다과로 곁들일 만한 떡을 준비해 가면 보다 센스 있게 보인다. 한 번에 먹기 편하도록 작게 두 개로 나눠 포장하는 것이 좋다. 뚜껑도 그릇으로 활용 가능한 양면 놋합은 일상생활에서 사용 가능하다. 예컨대 높이가 낮은 뚜껑은 시어른 생신 떡 케이크를 담는 용도로 써볼 만하다.

(오른쪽) 시어른의 건강까지 생각한 놋그릇 5첩 반상기와 수저 세트
반상기를 보낼 때는 밥그릇 안에 찹쌀과 팥을 가득 담아 보내는 것이 전통이다. 먹고사는 게 가장 큰 고민이었던 시절, 빈 그릇을 보내지 않는 것이 사돈댁에 대한 예의였던 것. 찹쌀은 두 집안의 다른 문화가 끈끈하게 이어지라는, 팥은 나쁜 액을 쫓고 복을 불러들인다는 의미가 있다.


(왼쪽) 보자기로 곱게 싼 시어머니 선물
요즘은 실용성을 고려해 예단을 시어머니가 원하는 품목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모피류 제품이나 명품 핸드백. 받는 사람의 취향을 고려한 실속 있는 선물을 색색의 예쁜 보자기로 곱게 포장해 정성까지 더한다면 금상첨화 아닐까.

(오른쪽) 정성으로 고른 예단 이불과 베개
옛날에는 친정어머니가 바느질해 만든 이불을 예단으로 보냈다. 이를 통해 시댁에서는 사돈댁의 바느질 솜씨를 엿볼 수 있었던 것. 완성품을 어떻게 포장해 보내는지도 그 집 안의 가풍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었다. 소개한 제품은 모두 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