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방공예

문헌에만 남아있던 ’조각발’ 되살린 정윤숙씨

아기 달맞이 2009. 3. 7. 00:37

[쿠키 문화] “한 작품에 7개월 소요 느림엔 우리 삶의 향기 녹아 두번째 일본 나들이 가요.”

"빠른 것이 대접받는 이 시대 이처럼 느린 작업이 어쩌면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 속에는 우리 삶의 향기가 녹아있습니다."

'규방칠우' 등 문헌에만 남아있던 조각발을 되살려낸 정윤숙씨(46·사진). 우연히 천연염색에 관심을 가진 것이 조각발을 만드는 데까지 이어져 이젠 그 멋과 맛에 푹 빠져있다. 조각발은 말 그대로 천의 조각조각을 이어 햇빛을 가려주는 발을 가리킨다. 크기에 따라 약간씩 차이는 나지만 하나를 완성하는 데 꼬박 6∼7개월이 걸리는 조각발을 만들며 그는 새로운 세상을 맛보았다.

천을 구입해 천연염색부터 한다. 한 번에 끝나는 작업이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색이 나올 때까지 몇 번 염색해야 한다. 그 다음은 풀 먹여 다듬이질. 풀을 만드는 것부터 다듬이질까지 전통방식을 그대로 따른다. 반듯하게 손질된 천을 한 땀 한 땀 손바느질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 바늘땀을 고르게 해야하니 정신을 바짝 차려야 실수가 없다.

대부분의 규방공예가 소품 위주지만 조각발은 발이라 크기가 클 수밖에 없다. 당연히 시간도 많이 투자해야 하지만 완성된 것을 창 가에 걸어놨을 때 일반 커튼이나 블라인드와는 또다른 아름다움을 준다. 그 매력에 빠져산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대구시 북구 관음동에 채담정(053-313-0323)이라는 작은 공방을 운영하면서 자신처럼 이 매력에 빠져든 이들과 '전통침선연구모임'도 만들었다. 지도교사로 있다. 매년 한 차례씩 전시회도 가져 호평을 받았다.

이들이 이번에는 해외전시에 나선다. 일본 크루베시 주재월국제회관 초청, 기획전시회다. 오는 29일∼8월31일 회관 내 갤러리에서 회원 25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춘포, 모시, 옥사 등 선조들이 여름에 사용했던 전통천을 감, 배추, 대나무, 들국화, 홍화 등으로 염색했다. 거기에 회원 각자의 개성을 넣어 예술작품화시켰다. 이 작품은 9월3∼9일 교토 로지갤러리로 옮겨 다시 한 번 전시된다. 개인화랑에서 초청받았다.

"의외로 우리 규방공예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이 큽니다. 특히 발은 실용성은 물론 전통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더욱 좋아하지요."

일본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해는 조각보와 함께 전시했지만 올해는 단독행사라 설레는 만큼 부담도 크다. 정씨는 "우리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돌아오겠다"고 다짐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영남일보 김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