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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기 문화
해방 후 유행되어 시작하였던 란도셀(ransel, 멜빵 가방)이라 불리는 가방은 근대화, 개화, 서구화를 상징하였고 ‘모던’이라는 암호를 해독하는 사전이었다. 이에 반해 보자기는 전근대적이고 미개하고 전통적 고수를 상징하였고 시대에 뒤떨어진 의미를 담고 있었다. 즉 가방과 보자기는 그것들이 물건을 담는 물리적 용기이기는 하나, 시골뜨기와 모던보이를 상징하는 기호로서 작용하였고 전근대에서 근대로, 근대에서 후기 근대로, 굴절해 가는 시대적 변별성을 지닌 문화적 기호가 될 뿐 아니라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텍스트를 읽게 하는 코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렇게 전근대적으로 여겨졌던 보자기는 근대적 개화과정에서 많은 장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장점이 가려져 왔으며, 근대를 상징하였다. 가방은 많은 단점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편리함과 근사한 외관에 가려져 왔다. 이것을 생생한 체험으로 전달하기 위해 소개하였던 부분을 그대로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교실에 들어가 책보를 풀면 그것은 한 장의 보자기로 바뀐다. 책을 쌌던 보자기들은 알라딘의 등잔에서 나온 거인처럼 필요할 때 부르기 전까지는 공책과 책 밑에 조그만 부피로 숨어있다. 그러나 란도셀은 책보와는 다르다. 물건을 모두 꺼내도 그 부피나 모양은 그대로이다. 텅 빈 란도셀은 가뜩이나 좁은 책상이나 의자를 점령해 버리고는 자신의 주인을 구석으로 밀어낸다. 책가방은 주인만이 아니라 좁은 책상사이를 누비고 다녀야 하는 아이들 전체의 미움을 사는 방해물이 되기도 한다.’
또한 그는 보자기가 가진 잠재성을 아래와 같이 서술하였다.
‘가방은 정말 딱딱한 상자였다. 그 쇠가죽만큼이나 굳어버린 란도셀은 부드러운 보자기의 유연성과는 정반대이다. 보자기는 책만 싸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다. 풀밭에 앉을 때에는 깔개가 되고 햇살이 눈부실 때에는 유리창을 가리는 가리개가 되도 지저분하게 어질러 놓은 물건을 금시 덮어버리는 덮개가 되기도 한다. ...
보자기는 가방처럼 어깨에만 메는 것이 아니라 옆구리에 끼기도 하고 등에 메기도 하고 허리에 차기도 하고, 심지어는 머리에 일수도 있다. 란도셀에 붙어다니는 동사는 ‘넣다’ 와 ‘메다’ 뿐이지만 보자기에는 이렇게 ‘싸다, 메다, 가리다, 덮다, 깔다, 들다, 메다, 이다, 차다’ 와 같이 가변적이고 복합적인 무수한 동사들이 따라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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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숙 (연세대학교 주거환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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