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재처럼

효재의 마당 예찬

아기 달맞이 2009. 2. 20. 19:34

한복디자이너

효재의 마당 예찬

 

 성북동 양옥집에 너른 정원을 얻다 삼청동 한복집, ‘효재’의 앞마당은 다해야 열 평 남짓. 한복디자이너 이효재가 한복 지어가며, 음식 해가며, 시골집을 오가며 틈틈이 손보아도 날마다 예뻐지는 자그마한 공간이었다. 이제 삼청동에 가도 그 예쁜 마당은 없다. 대신 성북동 언덕배기, 그녀의 새 보금자리로 마당도 함께 옮겨갔다기에 그리로 향했다.

방금 땄다며 빨간 토마토 서너 알을 건네는 그녀의 손바닥에는 굳은살이 박였고, 눈앞에 펼쳐진 광활(?)한 정원은 삼청동에 비할 수 없는 크기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20여 년간 외국 대사관저였다는 4층짜리 양옥집과 거대한 정원은 그녀가 이사 온 지 불과 몇 달 만에 삼청동 한옥의 그것과 꼭 닮은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제야 굳은살의 의미를 알아챘다.

 

 

연못, 텃밭, 그리고 맨발로 걷기

 

자신은 물론 객조차 신발을 허락하지 않기에 까슬까슬한 잔디를 맨발로 누비며 마당 탐색에 나섰다. 죽은 땅을 파서 비닐을 깔고 그 위에 물을 채워 둘레를 낡은 기왓장으로 두르니 그럴싸한 연못이 완성되었다. 이사 올 때 챙겨온 자갈을 가득 깔고 그 위에 장독대를 마련했는데 짙은 풀향기와 매큼한 고추장 냄새가 오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그 옆에는 네모반듯한 텃밭에 옥수수, 고추, 토마토, 딸기, 가지 등 열댓 가지 채소들이 소담스레 자라고 있었다. 그야말로 생기 넘치는 마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