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미

경북 안동 義城金씨 종갓집 冠禮

아기 달맞이 2009. 2. 18. 08:31


관례는 남자가 조상에게 어른이 됨을 알리는 통과의례다. 더벅머리는 상투를 틀어 갓(冠)을 쓰고, 어른 복식인 두루마기를 입게 된다. 여성도 이와 비슷하게 결혼을 앞두고 어른 복색(服色)에 쪽을 찌고 비녀를 꽂는 '계례'를 치렀다.

고려 말 <주자가례(朱子家禮)>가 들어오면서 사대부가에서 시작된 관례는 지금은 거의 없어졌지만, 현대적 성인식으로 그 맥이 이어지고 있다. 관례는 지역이나 문중에 따라 보통 15세에서 20세 사이에 치른다. '관혼상제(冠婚喪祭)'의 첫번째로, 옛사람들은 관례를 혼례보다 오히려 중히 여겨 미혼이더라도 관례를 마치면 온전히 성인 대우를 했다.

유가의 경전 <예기(禮記)>에는 "관례와 계례는 어른으로서의 책임을 일깨우는 예(責成人之禮)로써 장차 사람의 자식 된 도리를 다하게 하고, 아우로서 동생의 의리를 다하게 하고, 신하로서 신하의 할 일을 다하게 하고, 남보다 젊은 사람으로서 젊은이의 행실을 다하게 하려는 데 뜻이 있다"고 적고 있다.

경북 안동시 임하면에 자리 잡은 의성(義城) 김씨(金氏) 종가에서는 지난 음력 2월18일 종손인 창균(昌鈞) 씨 장자의 관례가 치러졌다. 보통 관례식은 3일 전에 술과 과일을 준비해 사당(祠堂)에 고(告)하고, 예(禮)를 잘 아는 이에게 빈(賓)이 되기를 청하여 관례 전날 미리 자기 집에서 묵도록 한다. 이날 의성 김씨의 관례에는 서애(西涯) 류성룡(柳成龍)의 14대 종손인 류영하(柳寧夏) 씨가 초청돼 관자(冠者)를 인도했다.

"문중과 문중 간에 교류가 많았던 시절에는 문중의 종손이나 장자의 나이가 지나치게 어릴 경우 미리 관례를 올려 사랑에 출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오늘의 관자는 종손의 장자로서 해외에서 유학하다 군에 입대하게 돼 서둘러 관례를 치르게 됐습니다."

이날 관례식을 총괄 진행했던 도집례 김시상 씨의 전언이다.


관례식은 빈·찬(贊:빈을 돕는 사람)과 그 밖의 문중 손님들이 모여 관자에게 3가지 의관(衣冠)을 차례로 입히는 시가(始加)·재가(再加)·삼가(三加) 등 삼가례(三加禮)를 치른 뒤 술잔을 건네 성년을 축하한다(初禮). 이 절차가 끝나면 빈은 관자에게 자(字)를 지어 준다.

예식이 모두 끝나면 관자는 주인을 따라 갓과 도포를 갖춰 입고 직접 사당에 고한 다음 부모와 친척 어르신, 동네의 존장(尊長)들에게 인사하고 빈에게도 다시 예를 행한다.

관례를 치른 남자는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갓을 쓰지 않은 이들에게 하대할 정도로 사회적 지위가 보장된다. 관례는 개화기 단발령이 내려져 상투가 사라지자 갓을 모자로 대신하기도 했지만, 조혼 풍속이 사라지면서 혼례에 포함돼 버렸다.

관례는 세 가지 건(巾)과 세 가지 의(衣)를 입게 되는 의례적 절차이지만, 관자는 단순한 의관의 변화뿐만 아니라 정신세계도 어른으로 성장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이는 집안과 사회 질서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융합의 계기를 마련해 자연스럽게 예절교육을 받도록 한 것이다. 이미 관례는 시들해졌지만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던 성인의 도(道)는 지금도 온고지신(溫故知新)으로 삼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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