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설이 시작된다. 각지에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오랜만에 모여 정을 나누는 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하지만 주부들에게 설은 반드시 즐거운 날이 아니다. 모처럼 모인 가족들이 행복하게 지내려면 누군가의 가사노동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사노동을 주부의 몫으로 치부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주부들에게 명절은 일년 중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 시기로 꼽힌다. 실제로 많은 주부가 명절 이후 이른바 ‘명절증후군’이란 이름으로 병원을 찾는다. 머리가 무겁고 가슴이 답답해지고 소화도 안 되고 기운이 없어지고 사소한 일로도 남편과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는 증상이다. 명절 기간 중 최고조에 달하고, 그 뒤에도 한동안 지속되는 수가 많다.
명절증후군은 전통적인 관습과 현대적인 사회생활이 공존하는 우리나라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특이한 현상이다. 핵가족으로 살다가 명절 기간 동안 가부장적이고 남성중심적인 대가족 제도 속으로 잠시 들어오면서 정신적·신체적 부적응 상태를 겪는 데 기인한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당연한 발병이다. 주부는 며칠 전부터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에 청소·빨래까지 해야 하는데 남편은 고스톱을 치거나 TV를 시청하면서 놀고 있는 가정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육체적으로 힘들고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가 쌓이면 병이 나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는 시대착오적인 행태다. 오죽하면 그동안 가부장제를 옹호해 왔던 성균관에서도 남성들의 명절 집안일 동참을 권장하고 있겠는가. 명절 가사노동은 온 가족이 분담해야 한다. 이는 남녀평등의 문제만이 아니다. 가족 전체와 자기 자신을 위한 당연한 선택이다. 아내가, 어머니가, 며느리가 불행하고 고통스러운데 그 가족이 화목하고 평화스러울 수 있겠는가. 그리고 남편들은 가사를 ‘도운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가족 모두의 일이므로 함께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오히려 그동안 직장일을 핑계로 가사협력을 소홀히 해온 ‘죄’를 벌충하는 기회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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