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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바다' 한 대접 들이킵니다.. 물회

아기 달맞이 2014. 6. 12. 07:30

뜨거운 음식은 생각조차 싫은 여름, 뭘 먹으면 좋을까? 당장 냉면이 떠오르지만 금세 배가 꺼지고 헛헛할 것 같다. 게다가 엊그제 이미 먹었다. 그렇다면 물회다. 왜 있잖은가, 여름휴가철 동해안이나 남해안에 갔을 때 먹던, 매콤새콤달콤한 육수에 잘게 썬 생선살과 채소를 넣고 후루룩 시원하게 마시듯 먹던 음식 말이다.

물회의 시작은 미약했으리라. 실은 너무 미약해서 그 시작을 아는 이도 없다. 추측해보면 과거 먹을 것 귀하던 시절, 바닷가 어부와 어시장 사람들이 팔고 남은 생선을 잘게 썰어서 푸성귀와 함께 고추장에 버무려 허기를 달랬을 것이다. 거기에 밥이 있으면 밥을, 때로 국수가 있으면 국수를 말아서 먹으면 더 좋았다. 이게 요새 말하는 '회덮밥'과 '회국수'였다. 여름이라 입맛 없고 입도 깔깔해 잘 넘어가지 않을 땐 여기다 물을 부어 술술 마셨다. 물회의 탄생이라고 추정되는 과정이다.

대략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물회는 이랬다. 서울 충무로 '영덕회식당'에서 물회밥을 시키면 커다란 사발에 잘게 썬 물가자미(미주가리)·청어회, 각종 채소, 얼음 네댓 덩어리와 함께 고추장 한 숟가락이 담겨 나온다. 여기에 물병에 담긴 찬물을 반 컵 정도 붓고 재료들을 잘 푼 다음 밥을 넣고 비벼서 먹는다. 올해로 26년째 이 식당을 하고 있는 신옥자씨는 "옛날 우리 고향(영덕 강구항)에서 먹던 방식 그대로"라고 말했다.

요즘 흔히 식당에서 팔고 있는 물회는 이런 모양새가 아니다. 고추장과 각종 양념을 미리 풀어넣은, 살얼음이 동동 뜬 발그스름한 육수에 생선회와 채소가 잠겨 나오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음식 전문가들은 이 현대적 물회의 탄생지로 경북에 있는 '물회와 과메기의 도시' 포항을 지목한다. 서울 논현동 '동해별관'은 포항시에서 지정한 '포항물회 전문점' 서울 1호다. 이 식당 대표 김도형씨는 "사과·배·파인애플 등 과일즙에 고추장과 고춧가루, 다진 마늘 등 각종 양념을 넣고 숙성시켜 만든 육수가 환여횟집을 포함, 포항의 대표적 물횟집 몇 군데에서 10~15년쯤 전 개발됐다"면서 "이 새로운 스타일의 물회가 포항을 순식간에 평정했고 이어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이제는 물회의 '대세'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어디서 물회를 먹을까? 서울의 이름난 물회 맛집들을 돌며 두루 맛봤고, 이 중 괜찮은 10곳을 가렸다. 포항·제주·속초·장흥 등 전국적으로 물회로 이름난 지역별로 특징은 무엇이며 어떻게 서로 차이가 나는지도 알아봤다. 서울의 물회 맛집, 음식의 계보▶D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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