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바느질 하는 여자

아기 달맞이 2014. 5. 16. 07:39

 

 

 

 

 

 

바느질 하는 여자


                                                                                     최윤경



행동이나 말이 조심스럽다

 

퀼트를 하는 그녀는

 

그렇게 바느질 하듯 말을 잇고 있다

 

귀하게 아껴 둔 말

 

스티치로 이어져 조각보가 되었고

 

조각마다 드러난 마음이 단단하여

 

아무도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녀

삶의 무게가 아무리 무거워도

 

결코 지치지 않는다

 

색실과 헝겊으로 부푼 꿈

 

바느질로 이어놓은 드라마가 연속방송중이다

 

어쩌면 삶의 의미가 거기서

 

숨 쉬고 있는지도 모른다

 

 

빨리 달리지 않아도 멀리 서 있어

 

큰 걸음 떼어 놓지 않아도

 

도착지에 먼저 다 다를 수 있는

 

속 깊이 일렁이던 그녀의 꿈

 

이미 종점에 닿아 있는 것을

 

아무도 아는 이가 없다

 

바늘귀를 꿸 정도의 시력과

 

튼튼한 손목을 원하는

 

눈물담은 푸르디푸른 기도소리

 

바느질도구 가득한

 

그녀의 자리가 너무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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