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여행기>
그 옛날 제주도가 강압적인 유배지였다면 지금의 제주도는 ‘자발적 유배지’로 불립니다. 아름다운 자연에 반해 제주로의 이민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녹차의 명인으로 손꼽히는 이기영씨는 제주의 야생초에 빠져 자발적 유배를 온 경우입니다. 그가 만든 ‘효월차’는 무소유의 삶을 살다간 법정스님이 생전에 즐겨 마셨던 차로 유명하지요.
도(道)의 경지에 이르면 오히려 자유로워지는 것일까요. 경남 하동에 일군 드넓은 차밭을 놔두고 제주로 온 후 그의 차는 더욱 다양해졌습니다. 조릿대, 삼백초, 질경이 등 들판에서 만나는 모든 야생초가 차의 재료입니다. 지금까지 그가 만든 차만 해도 일백 여 가지.
예전에 화전민들이 일궜다는 산골마을에 자리 잡은 효월다실에서 그의 다양한 야생초 차를 만날 수 있습니다. 보리순에서 우러난 구수한 맛이 더부룩한 속을 다독입니다. 감귤나무 잎에서 우러난 상큼한 향이 무뎌진 혀의 감각을 깨우고 청정한 제주의 자연이 몸 안으로 들어옵니다.
▲ 효월다실에서 음미해보는 야생초차
▲ 예전 화전민들이 일군 산간마을, 솔도에 깊숙이 들어앉은 효월다실
▲ 이기영씨, 본명보다는 효월이라는 호 또는 효월차로 더 유명한 그가 오늘도 차를 내리고 있습니다.
▲ 가지런한 다기들
그러나 그는 명인의 반열에 오르면서 오히려 더 자유로워졌습니다. 차 하면 녹차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제주의 들녘과 곶자왈에 가득한 야생초에 눈을 돌렷지요. 그가 만드는 차들의 특징 중 하나가 30초 정도면 가장 맛있는 맛으로 우러난다는 것. 그동안의 녹차가 우리는 시간이 길었던 만큼 다도 또한 까다로웠던 게 사실입니다. 그가 만든 야생초차들은 법도에 얽매이지 않고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습니다.
하동의 잘 가꾼 너른 녹차밭 대신 효월의 일터는 제주의 곶자왈과 들녘으로 바뀌었습니다. 야생에 머무르며 야생초를 뜯고 말리고 덖고 그리고 수성시킵니다.
효월다실에 가시면 다양한 제주의 야생초들을 차로 만나실 수 있습니다. 차 인심이 너무 그득해서 차로 배를 채울 정도지요.
겨우살이차, 감귤잎차, 제주조릿대차, 질경이차... 각각의 차마다 향과 맛이 모두 다르고 개성 있더군요. 녹차가 몸에 좋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지만 다도라는 예법에 얽매이면서 솔직히 멀게 느껴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효월의 야생초차는 30초 정도 우리면 가장 좋은 맛이 납니다. 격식에 얽매일 필요 없이 물을 부은 후 조금 후 그냥 마시면 되니 편리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제주의 들녘이 그대로 담긴 차 맛. 한 잔의 차에 온 몸이 싱그러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 당부하고 싶은 말
- 효월다실은 영리를 위해 운영하는 곳이 아닙니다. 이곳에서 마시는 차들은 무료입니다.
- 주인장의 사정에 따라 다실을 이용할 수 없을 때도 있습니다.
- 다실에서 원하시는 차를 구매하실 수도 있습니다.
- 다만,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니 이곳을 방문하고 싶으신 분들이시라면 예의를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효월다실 가는길
* 주소 : 제주시 애월읍 화전안길 29(솔도) /문의전화 064-792-5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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