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불볕더위를 이겨낼 여름 보양식을 찾아서 2

아기 달맞이 2013. 7. 17. 07:29

↑ [조선닷컴]전복 요리의 대중화를 가져 온 <착한전복>

↑ [조선닷컴]새싹 인삼이 들어간 전복 갈비탕도 여름 보양식으로 그만이다.

↑ [조선닷컴]<영란횟집>의 민어 요리는 다시 찾고 싶을 정도로 탁월하다.

↑ [조선닷컴]가시를 일일이 발라낸 <고래불>의 민어탕은 그 진한 맛이 압권이다.

↑ [조선닷컴]몸에 좋다는 최상의 재료를 아낌없이 넣은 <남촌>의 용봉탕

지난 글에서도 올 여름 불볕더위를 이겨낼 보양식을 소개했었다. 삼계탕과 추어탕이 바로 그 것인데 주변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보양식이면서 가격대 또한 만만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오늘 소개할 보양식은 다소 가격대가 높게 형성되어 있긴 하지만 여름보양식으로는 아주 그만인 것들이기에 몇 가지 더 소개를 하고자 한다.

얼마 전 해양수산부에서 본격적인 무더위가 이어지는 7월 최고의 체력 증강 식품이자 원기회복에 도움을 주는 음식으로 전복과 민어를 선정, 발표하였다. 해양수산부의 이러한 발표는 수산물 판매 촉진을 위한 의도도 일부 깔려있다고 보이지만 굳이 그런 이유가 아니어도 전복, 민어 외에도 장어나 용봉탕 등은 이미 마니아들에게는 잘 알려진 최고의 보양식이다.

먼저 전복부터 소개를 해보자. 전복을 가리켜 어떤 이들은 '패류의 황제'라고도 하고 '바다의 웅담'이라고도 한다. 전복은 예로부터 고급 수산물로 취급되었으며 피부 미용, 자양 강장, 허약 체질 등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전해진다. 몇 년 전에 인천 연안부두의 모 음식점에서 자기네들이 도매하다가 남은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자잘한 전복을 라면에 넣어서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판적이 있었는데 당시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었다. 자잘한 크기의 전복을 놓고 오분작이다 아니다 하며 갑론을박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오분작은 양식이 되지 않기에 전복보다 오히려 더 귀해 정작 제주도에서도 오분작을 판매하는 집은 드물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무렵부터 전복

↑ [조선닷컴]김인규(아포리아) 맛집블로거

지난 글에서도 올 여름 불볕더위를 이겨낼 보양식을 소개했었다. 삼계탕과 추어탕이 바로 그 것인데 주변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보양식이면서 가격대 또한 만만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오늘 소개할 보양식은 다소 가격대가 높게 형성되어 있긴 하지만 여름보양식으로는 아주 그만인 것들이기에 몇 가지 더 소개를 하고자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전복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집은 <착한전복>이다. <착한전복>을 처음 접한 게 7~8년 전쯤이니까 개인적으로는 원조 단골손님 정도 되겠다. 전복이 들어간 저렴한 가격의 칼국수 요리부터 전복 요리의 모든 것을 망라한 세트 요리까지 꽤 다양한 음식들이 제공된다. 불볕더위를 물리칠 요량으로 방문하였으니 조금 지출이 생기더라도 제대로 먹고 가기로 한다. 먼저 가볍게 속을 달래줄 전복죽을 내놓는다. 담백한 전복죽을 먹으며 잠시 속을 달래고 있다 보니 어느새 식탁 한 가운데에서는 바다의 향연이 펼쳐진다.

먼저 전복회가 등장한다. 한쪽에는 암수 두 종류의 전복 내장이 사이 좋게 놓여있었는데 '게웃(게우)'이라 불리는 전복 내장은 죽으로도 많이 활용하지만 독특한 맛과 바다의 향을 고스란히 머금고 있어 날 것 그대로도 아주 별미다. 마니아들은 전복 내장을 먹으면 다 먹은 것이나 다름없다며 서로 먹겠다고 장난스럽게 다투기도 한다. 다음은 전복 구이가 등장한다. 먹기 좋게 칼집을 내고 거기에 달착지근한 소스를 입혀 그릴링한 전복은 그야말로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불판 아래에는 조그만 조약돌을 깔아놓았는데 아마도 마지막까지 온기를 유지하기 위한 배려로 짐작이 된다. 적당히 그을린 불향과 쫄깃함의 환상적인 조화에 자꾸만 손이 간다. 다음은 전복 물 회다. 물 회야말로 여름철 별미 중 별미다. 새콤하면서도 시원한 맛에 먹는데 그 내용물은 집집마다 다르지만 상호에서 알 수 있듯 전복이 들어간 물 회다. 얇게 썬 전복에 갖가지 해초, 과일을 넣고 거기에 살짝 얼린 육수를 부어주면 완성되는데 새콤달콤한 맛도 일품이지만 여기에 말아먹는 국수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새콤달콤한 육수와 적당히 어우러진 면발은 먹는 내내 감탄을 자아낸다. 면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처음부터 넉넉한 양의 면을 요청해보는 것도 좋겠다.

그 외에도 새싹 인삼이 들어간 전복갈비탕이나 전복삼계탕도 권할 만하다. 새싹 인삼은 줄기와 잎에 사포닌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뿌리를 주로 먹는 인삼과 달리 새싹 인삼은 뿌리, 잎, 줄기 등을 함께 먹을 수 있다. 국물 맛이 개운하다. 고기는 부드럽게 잘 뜯어진다. 유기농 새싹 인삼과 함께 먹는 전복갈비탕과 전복삼계탕 역시 무더위를 이기는 원기회복 음식으로는 아주 그만이다.

다음은 민어인데 예로부터 민어는 최고의 보양식으로 알려져 왔다. 혹자는 보신탕은 삼품, 도미탕은 이품, 민어탕은 일품이라 하여 여름철 최고의 보양식으로 꼽는다. 민어는 산란기인 6월 하순부터 8월까지가 제철이라고 한다. 알배기 직전까지는 암놈이 맛있고 알을 배기 시작한 이후에는 수놈이 더 맛있다고 한다. 특히 임자도 인근에서 잡힌 민어를 최고로 친다는데 한창 때는 마치 개구리 울음소리같이 울어대서 밤잠을 설칠 정도라는 말도 전해진다. 아마도 개구리 울음소리라 표현했던 것은 공기주머니에 해당하는 부레를 움직이면서 내는 '꾸륵꾸륵' 소리를 그렇게 표현한 게 아닌가 싶다.

민어 요리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이라면 모르긴 해도 전남 목포 만호동 일대의 민어 골목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여기에는 민어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들이 다수 모여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알려진 집은 <영란횟집>이다. 다른 지역에서도 민어 요리를 여러 차례 먹어봤지만 다시 찾고 싶을 정도로 탁월하다. 30여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영란횟집>은 껍질과 부레, 지느러미살 등을 기름소금에 무쳐서 내온다. 머리와 뼈로는 매운탕이나 맑은 탕을 끓여주는데 아주 별미다. 거기에 막걸리를 삭혀 만든 식초와 참기름, 깨, 생강을 넣어 만든 된장 양념은 민어 맛을 더욱 훌륭하게 만들어준다.

목포까지 가는 것이 너무 멀다면 인천 신포동의 <경남횟집>과 <화선횟집>도 주목할 만하다. 어떤 이는 퍼석한 게 별맛 없다고도 이야기 하는데 민어의 진가를 잘 몰라서 하는 이야기다. 제대로 된 민어는 담백하면서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연분홍 빛깔이 나는 두툼한 민어회는 부드럽고 고소한 육질로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갯무래기는 탄력이 느껴지며 거기에 뱃살은 쫀득하고 고소하다. 특히 부레는 씹을수록 입안에 달라붙는 고소한 맛이 일품인데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부레를 먹으면 한 마리 다 먹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이야기 한다. 민어 전 또한 그 어떤 생선도 따라오지 못할 만큼 고소하다. 민어에 대해 잘 아는 어느 선배는 자기 고향인 인천 덕적도 인근도 원래 민어가 잘 잡히는 지역이었다고 소리를 높인다. 예전에 민어 잡이 배를 선친께서 두 척이나 운영을 했었다며 옛날 추억을 안주 삼아 그리운 아버지를 떠올리며 술잔을 부딪친다.

그런데 여름 보양식으로는 아무래도 뜨거운 탕이 빠질 수 없다. 서울 역삼동 <고래불>에 가면 제대로 된 민어탕을 만날 수 있다. 민어탕은 얼큰하면서도 그 진한 맛 때문에 여름철 최고의 보양식으로 손꼽힌다. <고래불>은 한국형 바다 요리의 진수를 보여주는 그야말로 바다 요리의 최고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집이다. 우리 바다의 맛과 멋을 이처럼 섬세하게 표현해내는 집이 또 있을까 싶다. 100% 순자연산 제철 재료만을 직송해 요리하고 있다. 그릇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는 그야말로 우리나라 바다 요리의 자존심이라 불러주고 싶은 곳인데 여름 한정 특선 메뉴로 민어탕을 내놓고 있다. <고래불> 앞에 가면 봄 도다리, 가을 전어, 여름 민어라는 글이 붙어있다. 맞다, 여름에는 민어다. 그런데 이 집의 민어탕은 여느 집들과 조금 다르다. 우리가 생선매운탕을 먹다 보면 잔가시들이 신경 쓰이곤 하는데 이 집은 아예 가시를 일일이 발라냈다. 최고로 담백하고 개운한 맛을 구현하기 위해 잡 부위는 다 제거하고 살만 발라내어 집어넣었다. 고사리, 호박, 버섯, 깻잎, 고추까지 들어간 민어탕은 그야말로 보약 한 첩이 따로 없다. 가시나 잡 뼈가 없어서 그대로 밥을 말아도 좋다. 어느 정도 먹다가 함께 나온 구수한 뚝배기 밥 위에 민어 살을 조금 넣어 슥슥 비벼먹는 맛 또한 아주 별미다. 기다란 김을 잘라 그 위에 비빈 민어 밥을 올리고 약간의 양념장에 멸치도 조금 올린다. 그 어디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바다의 별미가 몸으로 전해진다. 여름 민어를 왜 일품으로 치는지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다.

다음은 용봉탕이다. 용봉탕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용(龍)'과 '봉(鳳)'은 용봉탕에 쓰이는 음식 재료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용(龍)'에는 잉어, '봉(鳳)'에는 닭을 주재료로 하여 요리를 하는데 그게 각 지역별로 특색 있게 변화하면서 잉어 대신 자라를 쓰기도 하고 어떤 집은 자라와 잉어, 또는 자라와 메기를 넣기도 한다. 용봉탕은 특유의 흙 냄새를 없애고 비린내를 제거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손질도 매우 세심해야 한다. 여기에 인삼, 대추, 잣, 감초, 계피, 당귀 등 한약재들이 첨가되는데 한마디로 용봉탕은 몸에 좋다는 최상의 재료를 넣고 끓인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인천 연안부두 종합어시장 근처에 가면 용봉탕을 아주 잘하는 집을 만날 수 있다. <남촌>이라는 집이다. 연안 부두하면 으레 수산물 구입이나 그와 관련한 먹거리들이 즐비한 곳이라 생각했는데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용봉탕 집이 있다. 반찬들이 하나같이 맛깔스럽다. 웬만한 한정식 집들은 명함도 못 내밀고 갈 정도로 그 맛이 탁월하다. 산낙지를 넣어 만든 시원한 깍두기, 알이 꽉 찬 코다리 조림 등 그 맛이 가히 일품이다. <남촌>의 용봉탕은 지리적 특성이 반영된 새로운 개념의 용봉탕이다. 홍삼, 하수오, 오가피, 엄나무 등 한약재와 찹쌀, 자라와 토종닭 등은 기본이고 싱싱한 전복, 가리비, 낙지 등이 넘칠 정도로 들어있다. 해물의 비중이 높아 느끼하지 않고 아주 개운하다. 찹쌀은 따로 주머니에 담아 두었다. 국물이 너무 걸쭉해지는 것을 막기 위함인데 나중에 그냥 찰밥으로 먹어도 좋고 살짝 말아 먹어도 좋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서 '등용문(登龍門)'이라는 말이 있다. 중국 전설에 의하면 황하 상류의 삼문협(三門峽) 폭포에서 커다란 잉어들이 모여 서로 폭포를 뛰어넘으려는 경쟁을 하였다고 한다. 대부분의 잉어들이 실패했지만 유독 한 마리의 잉어만이 성공하였고 그렇게 성공한 잉어는 하늘로부터 신통력을 얻어 용(龍)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날 입신출세의 관문을 '등용문'이라 하며 '66이 변하여 99개의 비늘이 된다'는 속담 또한 생겨났다고 한다. 여기서 66이라는 숫자는 잉어 비늘의 숫자를 가리키고 99라는 숫자는 용의 비늘 숫자를 가리킨다고 한다.

그런데 문득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괴물 신인인 두 선수가 떠오른다. 쿠바 출신의 괴물 '야시엘 푸이그'라는 선수와 대한민국의 자랑 류뚱 '류현진' 선수다. 공교롭게도 '푸이그' 선수의 배번이 66번이고 '류현진' 선수의 배번이 99번이다. 둘 다 메이저리그 신인이다.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모여 있는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신인인 두 선수의 활약이 연일 화제다. 마치 아무도 뛰어넘지 못했던 그 폭포를 훌쩍 뛰어넘어 커다란 용으로 승천할 듯한 그 기세가 정말 놀랍다. 지금 곁에 있다면 더 힘내라고 용봉탕 한 그릇 대접하고 싶다. 그러나 어쩌면 '류현진' 선수는 이미 뛰어넘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99번이니까….

-<착한전복> 도봉구 창동 334 (02) 903-4455
-<영란횟집> 목포시 중앙로 1가 (061) 243-7311
-<경남횟집> 인천시 중구 신포동 9 (032) 766-2388
-<화선횟집> 인천시 중구 신포동 5-10 (032) 772-4408
-<고래불> 강남구 역삼동 828-53 (02) 556-3677
-<남촌> 인천시 중구 항동 7가 58-46 (032) 888-6665

글·사진 김인규(아포리아) 맛집블로거www.cozy95.blog.me
'아포리아' 김인규씨는 네이버 맛집 파워블로거(아포의 맛집 탐방)로 맛집과 식재료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추억에 근거해 풀어내는 것을 즐긴다. 허름하고 낡아도 오랜 역사력과 진정성이 묻어 있는 맛집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