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의 보물섬'
거제도"포로소용소, YS(김영삼 전 대통령) 고향, 거가대교, 조선소,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
경남 거제도 하면 흔히 떠올릴 수 있는 것들이다. 장삼이사가 다 아는 유명지이지만 어째 해서인지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에 처음 이곳을 찾게 됐다. 막연히 먼 곳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여행길에 오르니 의외로 먼 곳이 아니었다.
13일 오전 8시,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부산역에 내리니 10시50분. 부산역에서 버스로 갈아타고 달리니 낮 12시쯤 도착했다. 반나절이면 충분했다. 예전에는 항공편을 제외하고 서울에서 이곳을 가려면 한나절이나 걸렸다. 2010년 12월14일 부산 가덕도와 거제도를 잇는 거가대교가 개통되면서 부산에서 거제도까지의 거리가 140㎞에서 60㎞로 단축돼 소요시간도 2시간10분에서 50분으로 줄면서 이처럼 빠른 여행이 가능해졌다. 남해의 보물섬, 거제도의 속살을 들여다봤다.
◆학동 흑진주 몽돌해변
거제시가 기자 일행에게 첫 방문지로 추천한 곳이다. 흑진주 같은 검은 몽돌들이 촘촘히 박힌 1.2㎞ 구간에 펼쳐진 해변이다. 전국에서 몇 안 되는 아름다운 해변으로 꼽히는 이유기도 하다. 남해안의 맑고 깨끗한 물이 파도 쳐 몽돌을 굴리면 아름다운 명상음악이 울려 퍼진다. 몽돌이 내는 '자글자글' 하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으면 일상에서 얻은 근심이 차분하게 바닷속으로 사라진다고 문화해설사는 설명한다.
기자가 찾은 이날은 흐렸지만 수십 명의 방문객이 이곳에서 사진을 찍거나 해변을 거닐고 있었다. 몽돌은 발 지압에도 좋다는 소문에 맨발로 걷는 이도 적지 않다. 반질반질해 가져가고 싶은 욕심이 생겼지만 벌금을 내야 한다는 말에 쥐었던 돌을 슬며시 내려놓았다.
인근에 위치한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자동차야영장도 둘러봤다. 8일 문을 연 이곳은 자동차로 거제도를 찾은 이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2만8000㎡ 부지에 174동의 야영이 가능하다. 전기시설·온수 샤워시설·공연장·다목적운동장이 있다. 자동차 이용자는 하루에 1만2000원(성수기 1만5000원), 일반 이용자는 6000원(성수기 8000원)을 내면 돼 저렴한 편이다. 인터넷(hallyeo.knaps.or.kr)을 통해 예약해야 한다.
◆'바람의 언덕'과 신선대
학동에서 남쪽으로 좀 더 내려가면 도장포 마을이 나온다. 이곳에는 외도와 해금강으로 갈 수 있는 도장포 유람선선착장이 있다. 매표소에서 바로 보이는 곳이 '바람의 언덕'이다. 예전에는 이름 없는 언덕으로 염소들을 방목하던 곳이었다. 그러나 바다와 언덕의 조화로운 풍경이 소문나면서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로 각광받기 시작했고, 이후 사람들의 발길이 부쩍 많아졌다. 몇 년 전부터는 풍차까지 만들어져 사진찍기 좋은 장소가 됐다.
도장포마을 우측으로 내려가면 신선대가 나온다. 바닷가에 큰 바위가 자리를 틀어잡고 있는 형상의 신선대는 주변의 해안과 더불어 경치가 좋아 관광객이 빼놓지 않고 찾는 곳이다. 신선대 가기 전에도 작은 몽돌해변이 있는데 작은 함목해수욕장이다. 벼슬길이 막힌 서민들이 이 바위에서 제사를 올리면 소원을 이룬다는 말이 전해져 오는 곳이다. 맑은 날에는 오색바위와 멀리 다도해 풍경도 즐길 수 있다.
거제는 방문객에게 '마음의 보물섬'이 된다. 학동 몽돌해변에서 물수제비 놀이를 하는 어린이에게서(위), '바람의 언덕' 이국적인 풍차에서(가운데), 맹종죽숲에서 우산을 받쳐든 여인(아래)에게서 자연스럽게 동심·낭만·사랑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
지난해 5월 문을 연 이곳은 아직까지도 외지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숲 속으로 들어서자 10만㎡의 부지에 곧게 치솟은 대나무가 빽빽하게 자라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맹종죽은 중국이 원산지로, 흔히 '죽순죽' '모죽'이라고도 부른다. 거제도에 맹종죽이 전해진 것은 1920년대. 테마파크에 따르면 이곳 주민 신용우씨가 일본에 산업시찰을 갔다가 3그루를 가져와 심은 것이 시작돼 지금은 거제도 하청면 일대 아무곳에서나 맹종 대나무숲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맹종죽의 80%가 거제도에 있다. 특히 맹종죽의 죽순은 단맛이 나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맹종죽에 얽힌 고사성어가 있다. 효를 말할 때 쓰는 '맹종설순(孟宗雪筍)'이다. 중국 삼국시대 맹종이라는 사람이 노모를 모시고 살았다.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 있던 그의 모친이 한겨울에 대나무 죽순이 먹고 싶다고 하자 눈이 쌓인 대밭으로 달려갔다. 겨울에 대나무 죽순이 있을 리가 없다. 대나무 순을 구하지 못한 맹종은 대나무밭에 주저앉아서 통곡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눈물이 떨어진 자리에 대나무 순이 돋았다. 맹종이 얼른 대나무 죽순을 꺾어 죽을 끓여 드리자 모친의 병이 깨끗이 나았다는 것이다.
이곳 테마파크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가면 탁 트인 거제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휴식과 힐링(치유)의 명소로 가꾸겠다는 게 거제시의 설명이다.
이 밖에도 거제도에는 돛단배처럼 아름다운 내도와 외도, 거가대교, 거제조선해양문화관 등 볼거리 명소들이 수도 없이 많다. 볼거리 외에도 유자·대구·멸치·굴·표고 등 거제 8품(品)과 멍게·성개비빔밤, 도다리쑥국, 어죽, 불락구이 등 거제 8미(味) 같은 특산품과 음식들이 길손을 유혹하고 있다.
거제시 문화관광해설사 반효금씨는 "거제는 해안선의 길이가 386㎞에 달해 10개의 유인도와 52개의 무인도가 있는데 저마다의 숨은 얘기가 가득하다"고 자랑했다. 다가오는 휴가철 제주도만 고집할 게 아니라 이곳도 가볼 만한 곳 목록에 올려놓아도 좋을 듯하다.
거제도=글·사진 박태해 기자pth1228@segye.com
서울에서 출발하면 경부고속도로∼대전·통영 간 고속도로∼통영IC∼(신)거제대교 방향으로 빠져나오면 된다. 빨리 가려면 KTX로 부산역까지 가서 렌터카를 빌려 을숙도∼가덕도∼거가대교를 거쳐 1시간이면 거제도 북쪽 방면으로 진입할 수 있다. 거제도(지역번호 055)의 주요 연락처는 거제관광안내소(639-4178), 거제시청관광과(639-4174, 5), 거제시 관광협의회(638-2702)
'그곳에 가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목님 이중에 한가지 드시고 오셔요 /강원도로 떠나는 국수여행 (0) | 2013.07.04 |
---|---|
여행지, 얼마든지 새로 만들어낼수있다..환골탈태 명소 5곳 (0) | 2013.07.01 |
이번에 내리실 역은 '힐링역'입니다 (0) | 2013.06.20 |
걷기만 해도 작품이 되는 이곳 (0) | 2013.06.18 |
미각 사로잡는 먹을거리 (0) | 2013.06.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