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현희(50·사진) 서울시 어린이병원장의 말이다. 서울시 어린이병원은 장애아동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국내 유일의 공공병원이다. 주로 부모가 버린 중증 장애 어린이들을 돌본다. 동시에 장애아 부모들이 외래 진료를 받기 위해 줄서서 기다리는 의료 기관이다. 의사 출신으론 드물게 20여 년 보건행정 업무를 주로 맡아온 모 원장을 9일 서울 내곡동의 병원에서 만났다.
-자폐 아동이 외래 치료를 받으려면 4년 기다려야 된다고 들었다.
“1948년 설립된 이후 꾸준히 입소문이 났다. 장애아동 재활·치료에 있어서는 국내 최고라고 자부한다.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재활의학·치과 및 영상의학과 등의 진료과와 별도로 물리·작업·언어·인지학습·행동·음악·미술치료 프로그램 등을 운영 중이다. 장애아동을 위한 프로그램을 한 장소에 이렇게 다양하게 모아놓은 병원은 국내에 우리밖에 없다.”
-저렴한 의료비 영향도 적지 않겠다.
“전 직원이 공무원이라 확실히 그렇다. 우리병원의 자폐아 치료비는 100분 동안 치료사 3명을 투입할 때 7만원이다. 일반 병원에선 60분간 치료사 1~2명을 투입하는 경우, 45만원은 받아야 손해보지 않는다. 특히 중증 장애아는 자기 통제를 못해 다른 치료를 받기도 어렵다. 충치 2개 치료하려고 전신마취를 하고 490만원을 낸 경우도 있다. 우리병원은 당연히 비교도 안 되게 싸다. 물론 복지의 일환으로 공공기관이 운영해 가능한 금액이다. 재활은 어릴 때부터 꾸준히 해야되기 때문에 비용도 중요하다. 재활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삶이 완전히 달라진다. 보다 많은 장애아들이 우리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안타깝다.”
이 병원의 환아들 가운데 3분의 2는 부모가 없다. 지난 1월 태어난 규리(가명)도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난곡동 베이비박스에 버려졌다가 이 병원으로 왔다. “아기가 다운증후군이라 차별받으며 힘들게 사는 것보다 나을 것 같다”는 메모와 함께였다. 처음 병원에 왔을 땐 우유병을 빨지도 못했다. 지금은 옹알이도 한단다. 모 원장은 “‘엄마’라 불렀다며 간호사들이 좋아한다”고 했다.
-간호사들의 업무가 만만치 않겠다.
“간호사 수는 120명이다. 이름 없이 버려지는 아이들의 이름을 간호사들이 지어주고, 매월 생일파티도 열어준다. 3교대로 돌아가는 탓에 일이 생각보다 힘들다. 사명감 없이는 일하기 어려운 곳이지만 늘 병원 식구들에게 ‘우리는 복을 받은 사람들’이라고 강조한다. 한 해 2500여 명이 노력·재능봉사를 하러 오는데 월급받으며 봉사할 수 있으면 감사히 생각할 일이라고.”
-보육, 치료를 함께하는데 규모를 키워야 하는 건 아닌지.
“세금으로 운영하니 예산과 인력은 함부로 늘릴 순 없다. 우선 있는 인력과 역량을 끌어모아서 효율성을 최대한으로 높일 계획이다. 당장 외래환자를 30% 늘릴 수 있도록 치료사나 의사 1인당 환자 보는 수를 조정했다.”
‘기부금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모 원장은 잠깐 망설였다. “공무원이다보니 사회복지단체처럼 적극적으로 모금 독려를 할 수는 없다. 기부 약정프로그램 같은 것도 따로 없고. 하지만 자율적 기부는 환영한다. 앞으로도 저희 병원 지켜봐 달라.”
글·사진=한영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