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방

조류독감 H7N9 역습…고열·기침땐 의심

아기 달맞이 2013. 4. 6. 05:25

중국발 신종 AI 인적교류 잦은 한국에 전파우려
증상 감기와 비슷해도 중증 폐렴 유발 생명위협
외출후 손씻고 기침 남에게 튀지않게 조심해야

 

 

인류역사상 유행한 적이 없는 H7N9형 조류 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ㆍAI)가 중국에서 발병해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31일 중국 상하이시, 안후이성에서 발견된 H7N9은 지금까지 사람에게서 발견된 적이 없는 신종 조류독감이다. 닭, 오리와 같은 조류에서는 종종 나타났지만 사람에게 감염됐다는 사례는 밝혀진 게 한 건도 없었다.

↑ 중국발 조류인플루엔자 감염자와 사망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국립인천공항검역소는 중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중국을 다녀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검역을 강화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중국발 신종 AI가 지리적으로 가까운 우리나라에도 불똥이 튀지 않을까 걱정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가을부터 올 겨울까지 병원에서 주사된 독감백신에 H7N9이 빠져 있어 '자칫하다가는 2009년 신종플루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중국에서 발견된 H7N9이 조류에서 나타나던 그 형태인지 아니면 변형된 것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중국 보건당국의 자료를 받아봐야겠지만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초까지 미국에서 유행해 사망자를 낸 H3N2, 우리나라에서 2009년 창궐해 신종플루 위험성을 각인시킨 H1N1과도 전혀 다른 형태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공기 중 전파 인플루엔자(influenza)는 흔히 독감이라고 불린다. 인플루엔자는 감기와 같이 급성 호흡기 감염증이어서 똑같은 병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다르다. 감기는 200여 종의 바이러스와 세균에 의해 발생한다. 이에 반해 인플루엔자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호흡기(코, 인후, 기관지, 폐 등)를 통해 감염되어 생기는 병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폐렴과 같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인플루엔자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기침, 재채기를 하거나 말을 할 때 공기 중으로 바이러스가 배출되면서 다른 사람에게 전파될 수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A, B, C의 세 가지 항원형으로 구분된다. 이 중 유행성 독감은 A, B형에서 주로 발생하며 A형은 사람과 동물에서, B형은 사람 간에 질병을 일으킨다. 미국에서 올해 초 유행했던 인플루엔자 H3N2를 비롯해 지난 2009년 창궐해 우리나라에만 240여 명의 사망자를 낸 신종플루 H1N1 역시 A형에 속한다.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H항원과 N항원의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뉘는 데 H항원성은 10~40년마다 변종이 생겨나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특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H항원은 0~15, N항원은 0~9까지로 구분한다.

인플루엔자의 증상은 고열, 콧물, 마른 기침, 목 아픔, 근육통, 두통 등으로 감기와 비슷하지만 그 정도가 심하고 전염성이 강해 단기간에 유행한다. 어린이에게는 어른과 달리 오심(속이 불편하고 토할 것같음), 구토 및 설사 등의 위장관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인플루엔자가 무서운 것은 세균성 폐렴과 같은 합병증이다. 이 밖에도 심근염(심장근육에 생긴 염증), 심낭염(심장을 싸고 있는 두 겹의 막으로 이뤄진 주머니에 생긴 염증), 기흉(폐에 구멍이 생겨 늑막에 공기가 고이는 질환), 뇌염, 횡단성 척수염, 횡문근 융해(근육이 녹아내리는 병), 라이 증후군(어린이에게 발병하는 급성뇌염증)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만성기관지염이나 만성호흡기질환, 만성심혈관계 질환의 경우 인플루엔자 감염으로 악화될 수 있다.

중국 신종 AI감염자들도 공통적으로 어지러움, 발열, 기침과 호흡곤란을 보였으며 사망자들은 중증폐렴을 앓다가 목숨을 잃었다.

인플루엔자 증상은 바이러스에 노출된 후 보통 1~4일(평균 2일) 지나면 나타난다. 인플루엔자는 환자의 나이에 따라 전염기간에 차이가 있어 어른은 증상이 생기기 하루 전부터 증상이 생긴 후 약 5일 동안 전염력이 있지만 어린이는 증상 발생 후 10일 이상 전염력이 지속된다.

◆ 조류독감, 인간적응증 가져 사람감염

신종 AI(H7N9)는 조류 사이에 유행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몇몇 H7 항원(H7N2,H7N3,H7N7)은 종종 인간에 감염된다고 확인됐지만 이번 중국에서 발생한 H7N9바이러스는 사람을 감염시킨 사례가 보고된 바 없었다. 이 때문에 중국발 H7N9는 신종 AI라고 불린다.

그렇다면 사람이 왜 신종 AI에 감염됐을까. 세계보건기구(WHO)는 그 이유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바이러스균이 조류에서 진화했어도 시간이 경과하면서 조류체온보다 낮은 포유류에 적응증을 갖게 되었고 이는 결국 사람을 감염을 시키는 단계로까지 변형됐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H7항원(H7N2,H7N3,H7N7)의 인간 감염은 1996년부터 2012년까지 네덜란드, 이탈리아, 캐나다, 미국, 멕시코, 영국 등에서 보고됐고 네덜란드에서 1명이 사망했을 뿐 주로 결막염, 호흡곤란과 같은 가벼운 증상이 나타났다.

이번 신종 AI와 관련해 WHO는 "동물 인플루엔자는 이론적으로 대유행(pandemic)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지만 실제로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그동안 사람감염으로 이어졌던 동물 인플루엔자가 대유행으로 확산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조류 인플루엔자로 사람이 감염되고 사망한 사례는 H5N1과 H7N7이었으며 이번에 중국에서 H7N9에 감염돼 사망한 것은 처음이라 매우 의미가 있다"며 "H7N9이 사람들 간의 접촉으로 확산될지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인적 교류가 많고 그동안 의료기관에서 주사된 백신에 H7N9 항체가 포함돼 있지 않아 조심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중국에서 신종 조류독감이 지금보다 더 확산될 경우 지리적으로 가까운 우리나라로의 영향이 전혀 없다고는 단정지을 수 없다"며 "그러나 중국 보건당국의 발표를 예의 주시하고 국민 모두가 개인 위생수칙을 지킨다면 2009년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가금류 가급적 70도 고열로 익혀 먹어야 인플루엔자를 예방하는 지름길은 예방백신을 접종하는 것이지만 H7N9 바이러스의 백신은 아직 없다.

따라서 개인 위생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예방책이다. 먼저 독감에 걸린 환자의 비말(작은 침방울)과 콧물, 물건을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는 만큼 인파가 몰리는 곳에 가는 것을 삼간다. 또 외출 후에는 손발을 씻고 양치질을 하여 감염을 막는다.

WHO는 식사를 준비하기 전과 준비하는 와중에도 손을 자주 씻고 특히 동물과 접촉하거나 동물의 오물을 만졌다면 반드시 손을 깨끗하게 씻을 것을 당부했다. 또 병든 가축을 먹어서는 안 되고 가급적 70도의 고열로 고기를 익혀 먹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독감 유행시기에는 고열과 근육통, 목의 통증, 콧물과 같은 의심 증상이 있으면 가능한 한 빨리 의료기관을 찾아 타미플루와 페라미플루, 릴렌자 등과 같은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해야 한다. 중국 보건당국의 임상시험 결과 H7N9 바이러스는 기존 항바이러스 약물에 반응을 보여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송준영 교수는 "우리나라 관광객이 많은 안후이성과 상하이로는 당분간 여행을 자제하고 가금류와는 접촉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며"개인 차원에서는 손씻기, 양치질, 기침 에티켓 등을 지켜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