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봄길과 동행하다 /이기철

아기 달맞이 2013. 3. 16. 07:01

 

 

 

움 돋는 풀잎 외에도

오늘 저 들판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꽃 피는 일 외에도

오늘 저 산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종일 풀잎들은 초록의 생각에 빠져 있다.

젊은 들길이 아침마다 파란 수저를 들 때

 

그때는 우리도 한번쯤

그리움을 그리워해 볼 일이다.

 

마을 밖으로 달려나온 어린 길 위에

네 이름도 한번 쓸 일이다.

 

길을 데리고 그리움을 마중하다 보면

세상이 한 번은 저물고 한번은 밝아 오는

이유를 안다.

 

이런 나절엔 바람의 발길에 끝없이

짓밟혀라도 보았으면

꽃들이 함께 피어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로

편지를 보내는 것이다.

 

그 꽃의 언어로 편지를 쓰고 나도 너를 찾아 봄길과 동행하고 싶다.

봄 속에서 길 잃고

봄 속에서 깨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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