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간이역에서 밤열차를 탔다
(이정하)
기차는 오지 않았고
나는 대합실에서 서성거렸다.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었고
비옷을 입은 역수만이 단단한 하루를 짊어지고
플랫폼 희미한 가로등 아래 서 있었다.
조급할 것도 없었지만 나는 어서
그가 들고 있는 깃발이 오르기를 바랐다.
산다는 것은 때로 까닭도 모를 슬픔을
부여안고 떠나가는 밤열차 같은 것.
안 갈 수도, 중도에 내릴 수도
다시는 되돌아올 수도 없는 길
쓸쓸했다.
내가 희망하는 것은
언제나 연착했고, 하나뿐인 차표를
환불할 수도 없었으므로
기차가 들어 오고 있었고
나는 버릇처럼 뒤 돌아다 보았지만
그와 닮은 사람 하나 찿아볼 수 없다.
끝내 배웅도 하지 않으려는가
나직이 한숨을 몰아쉬며 나는
비 오는 간이역에서 밤열차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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