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바닷가의 매서운 바람을 견뎌온 피조개가 제철을 맞았다. 경남 창원시 진해만을 비롯해 전국의 해안가에서는 요즘 피조개 수확이 한창이다. 갑옷 같은 껍데기를 벗기고 드러난 속살은 검붉은 피가 언뜻 비치지만 식감이 쫄깃쫄깃하고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피조개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생산량 대부분을 일본으로 수출해 평소 맛보기 어려웠다. 국내 유통량도 일식집이나 미식가 등이 휩쓸어가 어시장에서는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20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제덕마을 앞바다에서는 피조개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다. 제덕마을 선착장에서 2㎞ 정도 배를 타고 나가자 한 어선이 다가와 갈고리로 펄층을 긁어 캐낸 피조개 한 무더기를 쏟아냈다. 제덕마을어촌계원인 김현태(51)씨는 "근래에 보기 드물게 피조개 양식이 잘 됐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 지난 20일 경남 창원시 진해만 앞바다에서 어민이 막 채취한 피조개를 바닷물로 씻고 있다.

바지선에서는 곧바로 피조개에 묻은 펄을 바닷물로 씻어낸 뒤 20여명의 어민들이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크기별로 선별하기 위해 바쁘게 일손을 놀렸다. 제덕마을 피조개 공동양식장에서는 이날 6~7㎝ 크기의 2년생 피조개 1.5t을 수확해 30%는 일본으로 수출하고 나머지는 서울 노량진시장 등으로 보냈다.
피조개는 우리나라 전 해안에서 생산되지만 이곳 진해만에서 나는 것을 최고로 친다. 어민들도 여기서 생산된 것은 일본에서 두 배 이상 값을 쳐 줄 정도로 맛이 좋다며 자랑했다.
김재곤(52) 제덕마을어촌계장은 "진해만 피조개는 색깔이 선명하고 맛도 부드러워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피조개 중에서 가장 맛있다"며 "조류의 흐름이 빨라 플랑크톤이 풍부한데다 뻘(펄)도 기름져 살이 알차다"고 말했다. 어촌계 간사인 한석근(51)씨도 "일본 미식가들이 여기서 생산되는 것을 값을 더 쳐주고 사가는 것은,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이 나고 색깔이 좋기 때문"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피조개는 영어로 '아크셸(ark-shell)'이며, 아크는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에서 그 방주를 말한다. 방주가 인간을 구했듯이 피조개도 인간과 같은 적혈구를 가져 '인간의 생명을 구한 조개' '생명처럼 중요한 조개'라는 의미에서 이러한 명칭이 붙었다고 한다. 피조개는 패류 중에서도 드물게 혈색소가 헤모시아닌이 아닌 헤모글로빈으로 되어 있어 속살의 빛깔이 검붉은 색을 띤다.
피조개는 수심 10~50m 펄 바닥에 사는데 우리나라와 일본, 대만, 중국 등에 분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동·서·남 해안에서 자연산이 나지만 1970년대 중반부터 양식은 주로 전남과 경남 남해안 일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꼬막류 중에서는 가장 크고 육질이 연하며 값도 비싸 대부분 일본에 수출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값싼 중국산이 밀려들고 일본의 주소비층이 노령화하면서 국내 양식 어민들은 가격안정과 내수시장 확보를 위해 국내 유통량을 늘리고 있다.
발과 관자부분이 맛있는 피조개는 주로 회로 먹거나 살짝 데쳐 먹는다. 껍데기를 제거하지 않고 살아있는 그대로 일본에 수출하지만 날것은 보관기간이 짧기 때문에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내장을 제거한 후 급랭시켜 유통한다. 이날 산지에서는 껍데기를 제거하지 않은 피조개 65㎏들이 1상자가 20만원에 거래됐고 진해수협(www.jinhaebada.co.kr)에서는 껍데기를 제거한 피조개 160g(20~25마리)이 1만원에 판매됐다.
문화일보
창원 = 글·사진 박영수기자
'그곳에 가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동백길… 강진 전경을 한눈에, 라온길… 숲과 바다를 동시에 (0) | 2012.02.28 |
|---|---|
| 광주 문화와 근대 역사의 보고, 무등산과 양림동 (0) | 2012.02.28 |
| 역사·풍광 만나는 길 속으로 ‘마이 웨이’ (0) | 2012.02.23 |
| "스트레스·피로 싹 날아가요"… 주말 예약은 '별따기' (0) | 2012.02.20 |
| 경기도 여행 추천! "실학 박물관을 가다 (0) | 2012.02.17 |